한상 잘 차려진 장흥삼합. 잘 구워진 소고기의 감칠맛과 키조개 관자의 부드러움, 표고버섯의 쫄깃함 등 세 가지 식감을 음미하는 것이 포인트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한상 잘 차려진 장흥삼합. 잘 구워진 소고기의 감칠맛과 키조개 관자의 부드러움, 표고버섯의 쫄깃함 등 세 가지 식감을 음미하는 것이 포인트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또는 주기적으로 찾는 여행지가 있다. 새롭고 신선한 경험을 우선시하는 여행에서 자주 찾아가는 것은 다른 곳에선 느낄 수 없는 그 곳만의 ‘감흥’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전라남도 남단에 자리한 장흥이 그런 곳이다.
장흥을 가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수고를 들여야 한다. 수도권에서 차로 가려면 최소 5시간 이상 각오해야 하고, KTX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광주나 나주역에서 내려서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
장흥 가지산 보림사. 규모가 큰 사찰은 아니지만 남북 삼층석탑과 석등,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등의 국보 문화재와 보물로 지정된 동부도, 서부도, 보조선사 창성탑과 창성탑비 등이 있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장흥 가지산 보림사. 규모가 큰 사찰은 아니지만 남북 삼층석탑과 석등,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등의 국보 문화재와 보물로 지정된 동부도, 서부도, 보조선사 창성탑과 창성탑비 등이 있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하지만 그런 불편함을 모두 잊게 하는 절대적인 매력이 있다. 바로 ‘식도락’이다. 장흥은 내륙과 바다의 제철 진미를 모두 즐길 수 있는 고장이다. 안으로는 천관산, 제암산이 자리하고, 바다로는 살진 갯펄을 안고 있는 득량만이 있는 덕분이다.
덕분에 장흥이 자랑하는 9미(味)를 보면 장흥한우삼합, 매생이탕, 된장물회, 키조개요리, 바지락회무침, 굴구이, 갯장어 샤부샤부, 갑오징어회와 먹찜, 황칠백숙 등 바다와 내륙의 미식들이 고루 들어가 있다.
2015년까지 운영했던 실제 장흥 교도소의 건물과 공간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 빠삐용Zip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2015년까지 운영했던 실제 장흥 교도소의 건물과 공간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 빠삐용Zip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그렇다고 마냥 입만 즐거운 고장도 아니다. 영화에도 등장했던 소등섬의 그림같은 풍경부터 천관산의 울창한 숲길, 옛 교도소를 활용한 독특한 문화공간, 문인의 자취가 어린 해변산책길에 이르기까지 눈이 즐거운 곳도 여럿이다. 이번에도 눈과 입이 즐거워지고 싶어 장흥을 찾았다.
장흥삼합은 한우, 키조개, 표고버섯을 불판에 구워 함께 먹는 음식이다. 조리법이 소박한만큼 맛의 관건은 식제료의 품질이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장흥삼합은 한우, 키조개, 표고버섯을 불판에 구워 함께 먹는 음식이다. 조리법이 소박한만큼 맛의 관건은 식제료의 품질이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장흥삼합, 서로 다른 풍미와 식감의 조화
장흥의 다양한 미식 테마 중 그래도 으뜸은 장흥삼합이다. 맛난 식재료 세 가지를 합쳐서 한번에 즐기는 삼합은 여러 고장에 걸쳐 다양한 버전이 있다. 남도의 대표 음식 중 하나로 자리잡은 홍어삼합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장흥삼합도 그에 못지않게 ‘전국구’ 명성을 누린다. 장흥삼합은 사실 역사가 깊은 음식은 아니다. 2000년대 이전까지는 지역민들만 즐기던 음식이었는데 강호동, 이승기, 이수근 등이 활약하던 KBS ‘1박2일-시즌1’ 에 등장하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장흥삼합은 한우, 키조개, 표고버섯을 불판에 구워 함께 먹는 음식이다. 조리법이 소박한만큼 맛의 관건은 식제료의 품질이다.
우선 한우. 장흥은 경주, 공주, 횡성 등과 함께 한우 사육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자연 양질의 한우 소고기를 넉넉히 수급할 수 있다. 득량만의 너른 갯벌 덕분에 키조개도 유명하다. 전국 생산의 84%나 차지한다. 한승헌문학산책길 인근 안양면 수문마을은 아예 ‘키조개 마을’로 특화되어 있다. 여기에 참나무에서 재배한 장흥 표고버섯도 좋은 품질을 자랑한다.
장흥산 생양파에 올린 장흥삼합. 양파의 알싸한 향취와 은은한 단맛이 삼합의 풍미를 완성시켜주는 ‘킥’의 역할을 한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장흥산 생양파에 올린 장흥삼합. 양파의 알싸한 향취와 은은한 단맛이 삼합의 풍미를 완성시켜주는 ‘킥’의 역할을 한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잘 구워진 소고기의 감칠맛과 키조개 관자의 부드러움, 표고버섯의 쫄깃함 등 세 가지 식감을 음미하는 것이 포인트다. 여타 고기요리처럼 상추에 싸서 쌈으로 먹지만, 지역에선 생양파를 쌈의 재료로 더 선호한다. 장흥은 양파도 많이 나는데, 알싸한 향취와 은은한 단맛이 삼합의 풍미를 완성시켜주는 ‘킥’의 역할을 한다. 장흥삼합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소고기 대신 주꾸미를 넣어 맛의 ‘변주’를 한 주꾸미삼합도 등장했다.
장흥읍 정남진토요시장을 중심으로 읍내 곳곳에 장흥삼합 전문 식당들이 모여 있다. 전문점이 아니라도 소고기만 따로 사가지고 가 삼합 세팅 비용을 따로 지불하고 먹기도 한다.
장흥 안양면 ‘여다지회마을’의  갯장어 샤부샤부.  녹각 당귀 등 7가지 약재를 넣은 육수에 먹기 좋게 자른 장어를 하나씩 4∼5초 정도 데쳐 먹는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장흥 안양면 ‘여다지회마을’의 갯장어 샤부샤부. 녹각 당귀 등 7가지 약재를 넣은 육수에 먹기 좋게 자른 장어를 하나씩 4∼5초 정도 데쳐 먹는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갯장어 샤부샤부, 한 송이 꽃같은 자태
장흥 안양면 여다지 해변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깨끗한 갯벌이자 전국적으로 유명한 갯장어와 키조개의 산지이다.
이곳서 나는 키조개 관자가 장흥삼합의 핵심 요소라면, 갯장어는 여름 보양식 샤부샤부로 유명하다. 갯장어는 아직도 일본 명칭인 ‘하모’로 더 친숙한 식재료이다. 장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민물장어는 보통 구이로 많이 먹는다. 반면 갯장어는 끓는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샤부샤부가 일반적이다.
끓는 육수에 살짝 데쳐 양파 위에 올린 갯장어 샤부샤부. 억센 뼈가 먹는데 걸리지 않도록 잔칼질을 한 덕분에 육수에 넣으면 하얗게 핀 꽃처럼 변한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끓는 육수에 살짝 데쳐 양파 위에 올린 갯장어 샤부샤부. 억센 뼈가 먹는데 걸리지 않도록 잔칼질을 한 덕분에 육수에 넣으면 하얗게 핀 꽃처럼 변한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갯장어 샤부샤부는 장어뼈와 녹각, 대추, 당귀, 황기, 엄나무 등 7가지 약재를 넣은 육수에 먹기 좋게 자른 장어를 하나씩 4∼5초 정도 데쳐 먹는다. 억센 뼈가 먹는데 걸리지 않도록 정성스레 잔칼질을 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갯장어가 뜨거운 육수와 만나면 하얗게 핀 한 송이 꽃처럼 변해 여행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취향에 맞춰 쌈에 간장이나 초장에 찍어 먹거나 쌈으로 먹는다. 지역에선 장흥삼합과 마찬가지로 양파에 살짝 데친 갯장어와 표고버섯, 부추를 올려 먹는걸 추천한다.
갯장어 샤부샤부, 바지락회무침과 함께 장흥 여름별미 삼총사인 된장물회. 구수하면서 달큰한 국물이 시원해 숙취해소에도 좋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갯장어 샤부샤부, 바지락회무침과 함께 장흥 여름별미 삼총사인 된장물회. 구수하면서 달큰한 국물이 시원해 숙취해소에도 좋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된장물회, 시원하면서 달큰한 국물
된장물회는 장흥군 회진면 해안마을 일대서 유래한 향토음식이다. 어부들이 바다에서 며칠간 이어지는 고기잡이로 인해 밑반찬으로 챙겨온 김치가 시어 버리자, 이를 잡은 생선과 된장에 섞어 먹은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된장물회에는 주로 육질이 부드러운 횟감을 사용한다. 가정에서는 농어새끼, 돔, 뱀장어 등 싱싱한 생선이면 가리지 않고 사용하지만 식당에서는 대부분 농어새끼를 재료로 쓴다. 
시원하면서 상큼한 국물이 인상적인 장흥 된장물회.   아삭아삭한 식감과 쌉싸름한 풍미를 더해주는 열무김치가 맛을 좌우하는 주요 ‘킥’이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시원하면서 상큼한 국물이 인상적인 장흥 된장물회. 아삭아삭한 식감과 쌉싸름한 풍미를 더해주는 열무김치가 맛을 좌우하는 주요 ‘킥’이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매콤한 다른 지역 물회와는 달리 집된장으로 우려낸 국물이 시원하면서 구수하다. 특히 장흥 된장물회에서 중요한 재료는 여름 제철 채소로 담근 열무김치다. 아삭아삭한 식감과 쌉싸름한 풍미를 더해주기 때문에 전문식당에서 맛을 좌우하는 요소로 꼽는다. 여기에 함께 넣은 청양고추가 칼칼한 맛을 보강한다. 시원하면서 감칠맛이 폭발하는 국물이어서 숙취해소에 참 좋다.
장흥 정남진토요시장 ‘한라소머리국밥’의 대표메뉴인 소머리국밥(왼쪽)과 선지국밥. 국내 대표 한우 산지답게 신선한 재료가 주는 깊은 국물 맛이 범상치 않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장흥 정남진토요시장 ‘한라소머리국밥’의 대표메뉴인 소머리국밥(왼쪽)과 선지국밥. 국내 대표 한우 산지답게 신선한 재료가 주는 깊은 국물 맛이 범상치 않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국밥도 이곳에선 국물 깊이가 다르네
국내 대표 한우 산지답게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소머리국밥과 선지국밥도 장흥에서 좀 특별나다. 국밥은 ‘국밥의 민족’답게 어디를 가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이 보장되는 ‘상향 평준화’된 음식이다. 그러나 장흥에서는 들어가는 재료의 품질이 남다르다 보니 깊은 맛의 국물을 경험할 수 있다.
오랜 시간 푹 끓인 소머리국밥을 뚝배기에 담고 있는 장흥 정남진토요시장 ‘한라소머리국밥’ 사장님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오랜 시간 푹 끓인 소머리국밥을 뚝배기에 담고 있는 장흥 정남진토요시장 ‘한라소머리국밥’ 사장님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장흥읍 정남진토요시장울 아침에 찾아가면 국밥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많다. 소머리국밥은 구수하면서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고, 국물은 감칠맛과 시원함이 적절히 섞여 있다. 선지국밥은 칼칼하면서 깊이가 있는 국물과 함께 질 좋은 선지의 쫄깃한 식감이 기막히다.
장흥의 바다 ‘풍경맛집’으로 꼽히는 남포마을 소등섬.  물때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섬과 인근 다도해 풍경이 압권이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장흥의 바다 ‘풍경맛집’으로 꼽히는 남포마을 소등섬. 물때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섬과 인근 다도해 풍경이 압권이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영화 ‘축제’ 촬영지와 여다지 해변 문학산책로
용산면 남포마을 소등섬은 한가로운 어촌 마을 앞바다에 있는 작은 무인도다. 섬에 호롱불을 켜고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이나 가족이 그 불빛을 보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었다 하여 소등섬이란 이름이 붙었다.
섬 자체는 크기가 워낙 작고 평범하다. 하지만 이 작은 섬을 뭍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물때에 따라 다양해 ‘풍경 맛집’으로 꼽힌다. 소등섬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하루 두세 차례씩 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이 이어졌다가 다시 바다 속으로 잠기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때마다 섬의 모습이 사뭇 달라진다. 여기에 일출과 일몰 때 풍광까지 더해져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포인트로 사랑받는다.
소등섬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하루 두세 차례씩 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이 이어졌다 다시 바다 속으로 잠기는데 이때마다 섬의 모습이 사뭇 달라진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소등섬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하루 두세 차례씩 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이 이어졌다 다시 바다 속으로 잠기는데 이때마다 섬의 모습이 사뭇 달라진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섬의 풍광이 이렇듯 남다르다 보니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에도 등장했다. 영화 ‘축제’는 장흥군 회진면 출신의 이청준 작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이어서 더욱 남다르다.
장흥 안양면 여다지 해변에 조성한 한승원 문학산책로. 장흥 출신으로 안양면에서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한승원 작가의 시비 20여개를 600여m의 길에 세웠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장흥 안양면 여다지 해변에 조성한 한승원 문학산책로. 장흥 출신으로 안양면에서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한승원 작가의 시비 20여개를 600여m의 길에 세웠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키조개와 갯장어 미식투어의 명소인 안양면 여다지 해변에는 이 고장 출신 소설가이자 시인인 한승원의 문학산책로가 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는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포구의 달’, ‘불의 딸’, ‘아제아제 바라아제’, ‘해산 가는 길’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현재 여다지 해변을 바라보는 안양면 율산마을에 ‘해산토굴’이라 이름지은 집에 머물며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장흥 안양면 여다지 해변의 한승원 문학산책로. 작가의 작품을 담은 시비 20여개와 함께 바다 풍광을 조망하는 벤치 등을 갖추고 있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장흥 안양면 여다지 해변의 한승원 문학산책로. 작가의 작품을 담은 시비 20여개와 함께 바다 풍광을 조망하는 벤치 등을 갖추고 있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문학산책로는 작가의 집에서 내려다 보이는 여다지 바닷가 모래 언덕을 따라 조성한 600m 정도의 길이다. 길 좌우에 걸쳐 20m 정도 간격으로 여다지 바다와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한승원의 시비 20여 개가 세워져 있다.
장흥 빠삐용Zip의 ‘글감옥’. 빠삐용Zip은 옛 장흥 교도소 건물과 공간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재미있는 이름이 눈길을 끄는 ‘글감옥’은 여자 재소자들을 수용했던 여사옥을 개조해  문학 창작자들이 머물며 집필활동을 하는 공간이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장흥 빠삐용Zip의 ‘글감옥’. 빠삐용Zip은 옛 장흥 교도소 건물과 공간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재미있는 이름이 눈길을 끄는 ‘글감옥’은 여자 재소자들을 수용했던 여사옥을 개조해 문학 창작자들이 머물며 집필활동을 하는 공간이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교도소 테마 복합문화공간과 랜드마크 타워
이름도 독특한 빠삐용Zip은 교도소라는 색다른 테마로 조성한 일종의 복합문화공간이다. 1974년 문을 열어 2015년까지 운영했던 실제 장흥 교도소의 건물과 공간을 활용했다. 장흥교도소는 일렬로 배치된 수용 거실이 긴 복도를 따라 늘어선 구조를 갖고 있다. 보통 4개의 감시탑이 있는 것과 달리 5개의 감시탑이 있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옛 장흥 교도소 건물과 공간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 장흥 빠삐용Zip. 2015년까지 교정시설로 운영했던 이곳에서는  ‘더 글로리’를 비롯해 드라마와 영화 70여 편을 찍었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옛 장흥 교도소 건물과 공간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 장흥 빠삐용Zip. 2015년까지 교정시설로 운영했던 이곳에서는 ‘더 글로리’를 비롯해 드라마와 영화 70여 편을 찍었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용산면에 새 교도소가 생기면서 교정시설로서의 역할을 다한 2015년 이후 국내 유일의 실제 교도소 촬영지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비롯한 드라마와 영화 70여 편이 이곳에서 찍었다.
장흥군은 이런 특성을 살려 아예 교도소를 관광 콘텐츠로 활용해 조성했다. 빠삐용Zip이란 이름은 교도소 탈출을 테마로 한 중장년 추억의 영화 ‘빠삐용’과 파일 압축 확장자 zip의 합성어다.
장흥 빠삐용Zip에 재현한 1950년대 교도소 면회실 모습. 빠삐용Zip은 교도소 시절의 시설과 자료를 활용해 색다른 관광 콘텐츠로 개발했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장흥 빠삐용Zip에 재현한 1950년대 교도소 면회실 모습. 빠삐용Zip은 교도소 시절의 시설과 자료를 활용해 색다른 관광 콘텐츠로 개발했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교도소 시절 민원봉사실은 장흥교도소 아카이브관으로, 직원식당은 교정역사전시관으로 조성했다. 또한 연무관은 영화로운 책방, 여사동은 글감옥이라는 이름으로 작가들의 창작 숙소로 꾸몄다. 또한 일부 공간과 시설은 새롭게 개조를 하지 않고 교도소 시절 원래 모습 그대로 보존해 촬영 장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장흥126도타워 전경. 예전 정남진전망대로 불리다 최근 이름이 바꾸었다. 9층 카페와 10층 전망대에서는 득량만 일대와 거금대교, 고흥 소록도, 완도, 금일도까지 보인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장흥126도타워 전경. 예전 정남진전망대로 불리다 최근 이름이 바꾸었다. 9층 카페와 10층 전망대에서는 득량만 일대와 거금대교, 고흥 소록도, 완도, 금일도까지 보인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관산읍 장흥126도타워(구 정남진전망대)는 떠오르는 태양과 파도, 황포 돗대를 형상화했다. 지하 1층, 지상 10층으로 지상 46m 높이인 지역 랜드마크다. 10층 전망대에서는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득량도와 소록도, 연홍도, 거금도, 금당도 등 남해안 다도해 섬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대부분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까지 올라간 후 계단을 따라 1층으로 걸어 내려오면서 관람한다.
장흥 천관산자연휴양림의 비자나무숲길. 휴양림은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는 천관산 깊은 산중에 조성해 수종이 다양하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장흥 천관산자연휴양림의 비자나무숲길. 휴양림은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는 천관산 깊은 산중에 조성해 수종이 다양하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호남 5대 명산과 차향 가득한 고찰
장흥 남서쪽 관산읍에 자리한 천관산(723m)은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다. 부처바위, 사자바위, 기바위 등의 정상 바위들이 천자의 면류관을 닮았다고 이름이 지어졌다. 800m도 채 안되지만, 높이에 비해 산세가 웅장하고 숲도 깊다. 억새밭과 기암괴석, 가을 단풍, 탁 트인 다도해 풍광 등 매력이 다양해 사철 찾는 이들이 많다.
천관산자연휴양림에 활짝 핀 샤스타데이지. 천관산자영휴양림은 철마다 피는 야생화와 함께 소나무, 편백나무, 노각나무, 동백나무, 비자나무 등 다양한 수종을 자랑한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천관산자연휴양림에 활짝 핀 샤스타데이지. 천관산자영휴양림은 철마다 피는 야생화와 함께 소나무, 편백나무, 노각나무, 동백나무, 비자나무 등 다양한 수종을 자랑한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1995년 문을 연 천관산자연휴양림은 꽤 깊은 산속에 있다. 휴양림 입구 표지판에서 관리사무소까지 무려 6.5km에 달하는 산길을 구비구비 들어가야 할 정도다. 덕분에 이 휴양림은 다양한 수종을 자랑한다. 소나무, 편백나무, 노각나무, 동백나무, 비자나무, 상수리와 굴참나무 같은 참나무류, 난대상록활엽수 등이 있다.
특히 휴양림 진입로에 있는 동백나무숲은 21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된 국내 최대 동백나무 군락지다. 등산로를 따라 우뚝 선 울창한 비자나무 숲도 명물이다.
천관산자연휴양림 진입로에 위치한 동백생태숲을 조망하는 정자. 국내 최대 동백나무군락지로 이른 봄에는 산자란 가득 붉은 꽃이 점점이 피어난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천관산자연휴양림 진입로에 위치한 동백생태숲을 조망하는 정자. 국내 최대 동백나무군락지로 이른 봄에는 산자란 가득 붉은 꽃이 점점이 피어난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휴양림에서 왕복 3시간의 등산로를 따라 천관산 정상에 오르면 남해안의 다도해와 산의 능선, 여러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다만 정상까지 가는 등산로가 ‘등린이’가 도전하기는 부담을 느낄 난이도다. 대신 휴양림 내부의 1.7km의 산책로에서 숲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다.
그외 휴양림에는 숲속의 집, 야영장 등의 숙박시설과 산책로, 등산로, 자연관찰원, 잔디광장과 어린이놀이터, 물놀이터, 체력단련시설, 캠프파이어장 등이 있다.
창건한지 천년이 훌쩍 넘는 고찰 가지산 보림사의 고즈넉한 전경. 국보, 보물 문화재를 다수 소장하고 있고 ‘장흥 청태전 티로드’가 절 주변에 조성되어 있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창건한지 천년이 훌쩍 넘는 고찰 가지산 보림사의 고즈넉한 전경. 국보, 보물 문화재를 다수 소장하고 있고 ‘장흥 청태전 티로드’가 절 주변에 조성되어 있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가지산 보림사는 인도 가지산의 보림사, 중국 가지산의 보림사와 함께 ‘동양의 3보림’으로 불린다. 신라 헌안왕 때(860년 경) 지은 고찰이다. 규모는 아담한데 남북 삼층석탑과 석등,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등의 국보 문화재와 보물로 지정된 동부도, 서부도, 보조선사 창성탑과 창성탑비 등 중요한 문화재가 많다.
장흥 가지산 보림사가 소장한 대표적인 문화재중 하나인 국보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장흥 가지산 보림사가 소장한 대표적인 문화재중 하나인 국보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절 뒷편에는 2009년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비자림 숲길이 있다. 400년생 비자나무 600여 그루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보림사는 비자림 부근에 조성된 야생차밭에서 재배한 차가 유명하다. 아예 ‘청태전 티로드’라는 차 테마의 둘레길이 절 주위에 있다. 장흥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가진 한국 발효차의 효시, 청태전의 대표산지다. 장흥 전역에 걸쳐 야생차가 자생해 차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다소(茶所)가 13군데나 있었다. 보림사에서는 그런 장흥 차문화의 자취를 만날 수 있다.
장흥 보림사에서 절 인근 야생차밭에서 딴 찻잎을 가마솥에서 덖고 있다.  장흥은 삼국시대부터 시작한 한국 발효차의 효시, 청태전의 대표산지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장흥 보림사에서 절 인근 야생차밭에서 딴 찻잎을 가마솥에서 덖고 있다. 장흥은 삼국시대부터 시작한 한국 발효차의 효시, 청태전의 대표산지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