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전준우(오른쪽)가 프로 데뷔 17년 만에 통산 2000안타를 달성했다. 입단 3년차인 2010년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과 경기 도중 기쁨을 나누는 전준우. 스포츠동아DB

롯데 전준우(오른쪽)가 프로 데뷔 17년 만에 통산 2000안타를 달성했다. 입단 3년차인 2010년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과 경기 도중 기쁨을 나누는 전준우. 스포츠동아DB


2008년 9월 3일 사직 LG 트윈스전, 그해 입단한 스물둘의 신인 전준우(39)는 대타로 나선 데뷔 첫 타석에서 호쾌한 2루타로 통산 첫 안타를 신고했다. “2루까지 어떻게 뛰었는지 모르겠다”던 그는 17년이 흐른 4일 첫 안타를 터트린 사직구장에서 그날과 똑같은 2루타를 날리며 2000안타의 대기록을 완성했다. 전준우는 “돌아보면 참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며 웃은 뒤 “아직도 첫 안타의 기억이 생생한데, 그날의 그 안타가 있었기에 지금의 2000안타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새 이정표

전준우의 2000안타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는 대졸 선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KBO리그의 역대 대졸 우타자 중 2000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홍성흔(경희대·2046개)과 전준우(건국대)뿐이다. 홍성흔이 1998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특례를 받은 반면, 전준우는 2014년부터 1년 9개월의 군 복무로 사실상 두 시즌의 공백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역대 우타자 최소경기(1785경기) 2000안타의 금자탑을 쌓은 것이다. 그는 “대졸로 입단하고, 군대에도 다녀오다 보니 달성이 늦은 감도 있지만, 그만큼 더욱 내겐 특별하고 뿌듯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롯데 전준우가 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홈경기 7회말 무사 1루서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통산 2000안타를 달성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전준우가 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홈경기 7회말 무사 1루서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통산 2000안타를 달성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산 넘어 산

전준우가 2000안타를 달성하자, 소셜미디어(SNS) 곳곳에선 “1군 진입이 목표”라던 그의 신인 시절 영상이 회자되기도 했다. 입단 초기 해외 전지훈련에서 한 방을 쓴 정보명 전 동의대 감독과 촬영한 방송 콘텐츠였다. 당시 리그 최고의 타자인 이대호와 3루수 경쟁을 벌여야 했던 전준우는 “3루는 ‘산 넘어 산’이지 않으냐. 우리 (이)대호 한번 밀어내보자”는 정 전 감독의 말에 “산만 넘으면 될 것 같습니다. 한번 밀어내봅시다”라며 씩씩하게 답했다.

이 영상이 회자된 사실을 안 전준우는 다시금 초심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는 “입단할 때부터 ‘나만 잘한다면 내 자리는 반드시 생길 것’이라는 마인드가 있었다”며 “어찌 보면 자신감 아닌 자신감으로 비칠 텐데, 지금까지도 그런 마인드로 야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론 날 외야수로 뛰게 해주신 (제리) 로이스터 감독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게 됐지만, 남들이 보면 웃을지 몰라도 (3루수 경쟁이) 막막하진 않았던 것 같다. ‘난 어떻게든 뛰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항상 있었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거인으로

전준우는 이대호(2199안타)의 역대 롯데 프랜차이즈 최다안타 기록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올 시즌 그는 2017년부터 쌓아온 연속시즌 세 자릿수 안타 기록을 9시즌으로 늘릴 태세다. 단순 계산으로도 153안타가 가능하다. 게다가 지난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4년 계약을 맺은 그에게는 앞으로도 2년의 시간이 더 남았다. 전준우는 “2000안타는 끝이 아닌 과정”이라며 “이제 내가 가장 욕심나는 것은 건강하게 뛰는 일뿐이다. 이번 기록으로 내가 건강하게 뛸 수 있다는 게 증명됐으니, 앞으로도 건강하게 뛰다 보면 그 기록에 도전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역대 우타자 최소경기로 2000안타를 돌파한 롯데 전준우의 다음 행선지는 팀 역대 최다안타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역대 우타자 최소경기로 2000안타를 돌파한 롯데 전준우의 다음 행선지는 팀 역대 최다안타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