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왜곡하는 자극적 모금 콘텐츠에 제동…법안 제정 촉구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아프리카 편견을 조장하는 빈곤 마케팅 근절과 건전한 미디어 문화 조성을 위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추진한다.​

현재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후원 광고와 미디어 콘텐츠 속에서 ‘빈곤 마케팅’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만연하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빈곤 마케팅이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유발하는 모금 운동으로, 대상의 인권을 침해하고 시청자에게 편견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를 다루는 미디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 기업 및 NGO들이 모금을 위해 아프리카의 극단적 사례를 일반화하며 현지 상황을 더욱 비참하게 연출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편향된 미디어는 시청자로 하여금 아프리카를 기아와 빈곤의 땅으로, 현지인들을 도움만을 기다리는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왜곡된 인식을 갖게 한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먼저 미디어 관련 법안 제정이 시급하다. 관련하여 현재 국내 140개 NGO 연합체인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가 2014년 만든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만 권고 수준에 그쳐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또한 빈곤 마케팅은 아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넓은 범위의 인권 침해 문제이므로, 아동 권리 보호를 넘어서 빈곤 마케팅 자체를 근절시키기 위한 포괄적인 미디어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 법안 제정의 핵심은 모든 후원 광고에 대한 의무적 사전 심의제 도입, 해당 지역과 현지인들에 대한 균형적 정보 제공 의무화, 그리고 빈곤 마케팅으로 판정될 경우 실질적 처벌 조항 마련 등이다.

이와 함께 미디어 콘텐츠 제작 방향의 전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감정적 조작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 대신, 수혜자의 성장 과정과 변화를 위한 노력을 담는 스토리텔링 기반 접근법을 통해 수혜자의 주체성과 수원자와 수혜자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임을 강조해야 한다.

특히 대일항쟁기와 전쟁을 겪은 한국과 내전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는 비슷한 역사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빠른 성장을 이룬 경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의 성장 방법을 함께 나누며 깊은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법적, 제도적 개선과 함께 시청자들의 자발적인 의식 제고가 필수적이다. 현재 미디어는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성하며, 이에 노출된 시청자들은 점점 더 강한 자극에 반응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후원의 주된 동기가 되는 죄책감, 동정과 같은 감정적 반응에서 벗어나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후원의 진정한 필요성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아프리카의 공동체 정신인 ‘우분투(Ubuntu)‘ -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 철학은 우리가 아프리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아프리카를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나갈 동반자로서 인식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이러한 세계 시민의식을 함양한 채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갖춘다면, 자극적인 빈곤 마케팅 없이도 진정한 기부의 의미 속에서 가치를 찾는 건강한 후원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이에 따라 반크는 빈곤 마케팅 근절과 건전한 미디어 문화 조성을 위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시청자들의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 및 세계 시민의식 함양과 제작진들과 NGO 단체들의 윤리적 콘텐츠 제작을 촉구하며, 나아가 관련 법안 개정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반크 박기태 단장은 “현재 빈곤 마케팅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것이 단순한 광고 윤리 문제가 아니라 세계시민으로서 우리가 피해야 할 편견을 재생산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한국이 과거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전환된 지금,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타국을 바라보고 소통하느냐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도덕적 리더십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미디어가 여전히 1980년대 서구식 빈곤 마케팅을 답습한다면 이는 한국의 소프트파워에도 치명적 타격을 줄 것”이라며 “법안 개정은 인권 보호를 넘어 한국이 글로벌 미디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캠페인을 진행하는 반크 권소영 연구원은 “최근 기업들이 단순한 일회성 기부를 넘어 현지와의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추구하는 추세와 함께, 시민들 역시 빈곤 마케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보다 윤리적인 소통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자발적 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전히 사회 전반에 빈곤 마케팅적 접근이 잔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적 개선과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이 함께할 때 비로소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가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반크는 국가정책 제안 및 소통 플랫폼 ’울림‘과 ’열림‘을 통해 한국의 우수한 정책을 세계와 공유하며 함께 나아가는 국제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