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세병원 주민홍 대표원장

인천연세병원 주민홍 대표원장


쪼리, 슬리퍼, 샌들, 크록스 등 통풍이 잘되는 여름 신발이 족부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 무지외반증 증상이 심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쪼리, 샌들은 밑창이 얇고 발을 충분히 지지하지 못해 발바닥에 과도한 압력이 실리며 족부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다. 발을 제대로 고정하지 못하는 여름 신발 특성상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밀리는 변형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스트랩이 불안정하거나 앞코가 좁은 디자인은 무지외반증을 악화시킨다. 발의 구조가 섬세하게 균형을 이루는 족부 해부학적 특성상 이러한 왜곡이 곧 족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무지외반증이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방향으로 휘어지며 발 안쪽이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증상이다. 발가락 관절의 정렬이 흐트러지며 통증 및 염증이 발생하고 동시에 발바닥 앞쪽에 굳은살을 초래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에 따라 보행 시 불편함이 커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엄지발가락이 본래의 역할을 잃고 나머지 발가락이나 발바닥 앞쪽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이차적인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무지외반증 증상을 질병 아닌 단순 발 모양의 문제 정도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자신이 무지외반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가벼운 발 통증이나 굳은살이 생긴 것으로 착각한다.

만약 무지외반증 치료를 제때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정상적인 보행을 방해하고 무릎·골반·허리 등 하체 전체 관절에 스트레스를 유발해 전신 통증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무지외반증이 의심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 및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지외반증 치료 기준은 엄지발가락 변형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엄지발가락의 휘어진 각도가 20도 이하인 경우 보존 치료, 즉 물리치료나 신발 교정, 생활 습관 개선 등을 통해 진행을 늦출 수 있다. 그러나 30도를 넘어서면 뼈와 관절 구조의 변화가 고정화되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과거에는 뼈만 단순히 절제하거나 깎아내는 방식이 흔히 이뤄졌다. 이 경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재발 위험이 컸다. 최근에는 연부조직(인대, 힘줄 등)을 함께 교정하고 절개를 최소화한 복합 교정술이 등장하면서 치료 효과가 높아지고 있다. 중기~말기 무지외반증 환자에게는 이러한 복합적 접근이 통증을 줄이고 재활 기간을 단축하는 데 효과적이다.

인천연세병원 주민홍 대표원장은 “무지외반증은 가벼운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의 균형과 건강 전반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족부 질환”이라며 “여름 신발이 가져오는 순간의 만족감을 위해 발 건강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우리가 진정 신경 써야 할 것은 여름철 시원함이 아니라 서 있을 수 있는 힘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