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주장 린가드(오른쪽)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K리그1 홈경기를 마친 뒤 그라운드에서 전임 주장이자 포항 이적을 결정한 기성용과 대화하고 있다. EPL에서 경쟁했던 둘은 지난해 린가드가 서울 유니폼을 입으며 한솥밥을 먹게 됐으나 기성용의 포항행으로 이별을 앞두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FC서울 주장 린가드(오른쪽)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K리그1 홈경기를 마친 뒤 그라운드에서 전임 주장이자 포항 이적을 결정한 기성용과 대화하고 있다. EPL에서 경쟁했던 둘은 지난해 린가드가 서울 유니폼을 입으며 한솥밥을 먹게 됐으나 기성용의 포항행으로 이별을 앞두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그대가 어디에 있든지 FC서울의 레전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제시 린가드(33·영국)가 기성용(36)에게 이별의 메시지를 전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각자의 소속팀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고, 지난해부터 서울에서 한솥밥을 먹은 동반자는 작별을 앞두고 있다.

부상에서 회복된 뒤에도 자리잡지 못한 기성용이 김기동 감독과 면담 후 이적을 결심했고,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을 입기로 하면서다. 공교롭게도 이 소식이 알려진 뒤 처음 치러진 경기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포항의 K리그1 21라운드였다.

이적은 확실하나 행정 절차가 남은 기성용이 출전명단에서 빠지며 연출된 ‘기성용 없는, 기성용 더비’를 주도한 이는 서울 주장 린가드였다. 레전드를 붙잡지 않은 것에 대한 서운함을 홈팬들이 거센 야유로 표출하는 등 어수선한 와중에 그는 선제 페널티킥 득점을 포함해 1골·1도움을 올려 4-1 대승을 이끌었다. 서울은 승점 30(7승9무5패)으로 6위를 마크했고, 승점 32에 묶인 4위 포항을 바짝 압박하게 됐다.

여느 때보다 단단한 리더의 모습으로 서울의 승리를 일군 린가드는 담담하게 ‘기성용 이적건’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기성용은 어딜 가든 레전드다. 서울에 그가 어떤 의미인지도 잘 안다”면서 “쉽게 설명할 수 없으나 프로선수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올 수 밖에 없고, 그 순간이 지금”이라며 결국 기성용이 내린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아쉬움은 적지 않다. 지난해 2월 ‘야인 생활’을 마친 린가드가 서울 유니폼을 입었을 때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이가 기성용이다. 그라운드 안팎의 모든 부분에서 직·간접적인 조언을 하며 빠르게 K리그에 정착하도록 했고, 주장 완장도 물려줬다. “팀에 잘 적응하게 도왔고, 늘 곁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며 고마워했다.

경기 후엔 전임 주장과 현 주장의 짧은 만남이 연출됐다. 경기장 스카이박스에서 친정과 곧 인연을 맺을 팀의 대결을 관전한 기성용이 그라운드로 내려가 린가드와 대화를 나눴다. “우리 모두 감정이 복받친 상태였다. (기성용이) 많이 슬퍼하더라. 어디에 있든지 응원하고 지지하겠다고 이야기해줬다.”

아직 서울에 머물고 있는 기성용이 3일 포항으로 내려가 메디컬테스트를 받고 계약서에 서명하면 린가드는 진정한 홀로서기에 나서게 된다. 마침 서울에 루카스, 둑스, 클리말리, 야잔 등 외국인 선수들이 적지 않아 K리그 2년차를 맞은 ‘잉글랜드 특급’의 역할은 더 커졌다.

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