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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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이 기다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대단원을 마무리한 연출자 황동혁 감독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2019년 본격화된 대본 집필부터 시즌3 공개까지 ‘인생을 갈아 넣은 듯했던 6년 세월’을 돌이키며 “섭섭함보단 시원한 마음이 더 크다”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황 감독은 시즌3을 향한 팬들의 호불호 평가 또한 홀가분함이 묻어나는 표정과 함께 겸허히 받아들였다. 일부 팬들 혹평 마저 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높은 기대와 바람만큼 ‘결말’에 대한 반응 또한 격렬히 나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O“희생을 통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시즌 전체를 이끈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의 비극적 최후는 호불호 반응을 가져온 결정적 단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황 감독은 성기훈이 살육게임의 시스템을 붕괴하고 ‘영웅’이 되는 “해피 엔딩을 고려”하기도 했었다며 “하지만 이 시리즈에 어울리는 ‘결말’은 아니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오징어 게임’은 이 시대를 대변해요. 우리 세상을 둘러보세요. 불평등과 빈부격차는 더 격화됐고 기후 위기와 전쟁의 위협 속에 살고 있죠. 미래는 이렇게 암울한데, 이런 현실을 만든 기성 세대는 반성하지 않아요. 하지만 기훈은 다르죠. 누군가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죠.”

임산부 참가자가 게임 도중 출산한 아기 역시 시즌3 서사를 둘러싼 ‘뜨거운 감자’로 꼽힌다. 황 감독은 ‘이 아기’야말로 “시즌2·3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며 끝내 “살아 남은 인간성과 양심, 미래에 대한 희망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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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케이트 블란쳇 섭외 비결은?”

박해수, 정호연 등 시즌1에서 활약했던 배우들이 카메오로 나서 시즌3의 마무리를 함께 했다. 시즌1 이후 강제 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오영수가 연기했던 ‘오일남 캐릭터’도 가면을 쓴 채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일남 등장은 전개상 꼭 필요했어요. 그런데 불미스러운 일의 여파로 (오영수) 출연이 불가능해졌죠. 직접 등장할 수 없으니 ‘가면’을 씌웠어요. 목소리 경우 AI(인공 지능)로 오일남 목소리와 최대한 똑같이 구현했죠.”

최종회 말미에는 할리우드 톱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게임 참가자 모집책인 ‘딱지 우먼’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와 맞물려 일각에선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미국판 오징어 게임’ 제작 가능성이 언급되고도 있지만, 황 감독은 “미국판 제작은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 딱지맨은 남자(공유)였으니, 외국 딱지맨은 여자로 하고 싶었어요. 짧지만 임팩트 있게 등장해야 하기 때문에 확실한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고, 그게 바로 케이트 블란쳇이었어요. 자녀들이 ‘오징어 게임’ 팬이라며 흔쾌히 출연에 응했죠.”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