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경북 산불로 구조된 반려동물들. 왼쪽 첫 번째부터 시계 방향으로 누리, 금순이, 희망이, 대추.

3월 경북 산불로 구조된 반려동물들. 왼쪽 첫 번째부터 시계 방향으로 누리, 금순이, 희망이, 대추.


경북 산불로 피해를 입은 반려동물들이 여러 동물 보호단체의 보살핌 속에 조금씩 건강과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100% 후원으로 운영되는 보호소 특성상 꾸준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3월 경북 지역을 덮친 대형 산불은 반려동물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다. 구조된 동물들은 민간 보호단체인 ‘도로시지켜줄개’(이하 도로시)와 사단법인 ‘유엄빠’(유기동물의 엄마아빠, 이하 유엄빠)에 머물며 재활과 치료를 받고 있다.

도로시에는 집이 전소되며 주인과 떨어지게 된 구조견 ‘대추’, 다리 외상으로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희망이’가 치료 중이다. 특히 대추는 사고 직후 멍하니 시간을 보내곤 했지만 이제는 보호소 관계자의 손길에 따라 산책을 나설 만큼 마음을 열었다. 희망이는 재활 운동을 꾸준히 받으며 몸과 마음의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유엄빠에서는 철제 케이지 안에서 새끼를 감싸다 화상을 입은 어미견 ‘금순이’, 짧은 줄에 묶인 채 불길 속에서 겨우 구조된 ‘누리’, ‘두비’ 등이 보호받고 있다. 구조 당시 공격성이 높았던 금순이는 이제 온순한 성격으로 변해 있으며, 새끼들 또한 건강하게 성장 중이다. 누리와 두비는 화상을 이겨내고 현재 심장사상충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회복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보호소들은 의료비, 재활비, 사료 등 일상적인 자원이 절실하지만 대부분 100% 민간 후원에 의존하고 있어 장기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박민희 유엄빠 대표는 “하루하루 건강을 회복하는 동물들을 보며 우리도 용기를 얻는다”면서도 “지속적인 후원이 없다면 이 같은 회복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따뜻한 연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반려동물 식품기업 ‘네츄럴코어’는 피해 소식을 접한 후 관련 단체에 사료와 간식 등 필요한 물품을 지속 후원 중이다. 브랜드 운영 총괄 송주미 이사는 “구조보다 중요한 건 그 이후의 삶”이라며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보살핌은 기업의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도 보호소에서는 후원을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한 끼, 작은 간식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살아도 괜찮다’는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