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마의 이름 속에는 마주의 철학을 포함해 많은 의미가 포함돼 있다. 경주로를 힘차게 달리고 있는 에펠탑. 사진제공|한국마사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사람에게 ‘이름’은 단순한 식별 표기가 아니라 삶의 흔적이자 명예다. 레이스를 펼치는 경주마도 마찬가지다. 이름으로 기억되고, 기록되며, 심지어 ‘레클리스(Reckless)’처럼 영웅으로 남기도 한다.
경주마는 고작 2분 남짓의 경주에서 관중의 시선을 끌고, 팬들에게 그 이름을 각인시킨다. 은퇴 후에도 기록과 기억 속에 남는 것은 결국 ‘이름’이다. 그렇다면 경주마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질까.
경주마는 생후 1년까지 혈통의 이름을 따 ‘OOO의 자마’로 불리다가, 그 후에야 고유한 이름을 가질 자격을 얻는다. ‘마명’(경주마의 이름)은 주로 마주(馬主)가 정하지만, 이는 ‘마명등록규정’에 따라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사람 이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경주마 이름, 마음대로 지을 수 없다!
경주마 이름에는 여러 제한이 있다. 유명인사, 정치인 등 널리 알려진 공인의 이름(별호 포함)은 물론 회사명, 상품명 등 영리를 위한 광고 선전을 의미하거나 공공질서·미풍양속에 반하는 이름은 사용할 수 없다. 이런 기준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경주마의 이름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 사회적 영향력과 공공의 인식까지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다.
글자 수 제한도 존재한다. 한글은 두 글자에서 여섯 글자까지 인정되며, 외국산 마필의 경우 한글로 8자까지 허용된다. 과거 2002·2003년 마주협회장배에서 2연패를 달성하며 이름을 알린 외국산 마필 ‘부움’이 있다. 이 말은 원래 ‘BOOM’의 마명으로 수입됐지만, 한글 표기 시 한 글자 마명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 때문에 ‘붐’이 아닌 ‘부움’으로 등록됐다.
●단 한 번, 단 하나의 이름만을 허락한다!
사람은 동명이인이 많지만, 경주마의 세계에선 같은 이름이 존재하기 어렵다. 이미 부여된 마명 또는 유명한 말의 마명과 혼동의 우려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사용이 철저하게 제한되며 씨암말은 사망 또는 용도 종료 후 10년간, 씨수말은 15년간 동일 이름이 제한된다. 경주마에게는 이름 자체가 고유의 역사이며, 절대 중복되지 않는 하나의 기록으로 남는다.
경주마의 이름은 원칙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하며,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첫 경주에 출주하기 전 단 한 번만 변경이 허용된다. 이마저도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질주하는 ‘에펠탑’…경주로 위의 거대한 명품
경주마 출전표를 들여다보면, 문득 시선을 멈추게 하는 이름이 하나 있다. 바로 ‘에펠탑’이다. 프랑스의 상징이자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유명한 건축물이 떠오르지만, 렛츠런파크 서울의 경주로를 힘차게 달리는 말의 이름이기도 하다. 에펠탑은 약 500㎏에 달하는 체중과 사람보다 큰 덩치, 그리고 탄탄한 근육은 물론 자신의 처음 몸값의 24배나 되는 상금을 거머쥐는 등 실력과 명성을 겸비한 진정한 ‘명품’이다.
경주마의 이름 속에는 마주의 철학, 마케팅 감각뿐만 아니라 경주의 분위기를 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도 들어있다. 경마 중계에서 아나운서가 “에펠탑이 선두로 올라서고 있습니다!”라고 외칠 때, 그 한마디는 경마의 흥미를 더해 인상 깊은 순간을 만들어낸다. ‘에펠탑’처럼 독특하고 유쾌한 이름을 가진 경주마는 경마장 안에서뿐만 아니라 관객의 기억 속에도 오랫동안 남게 된다. 경주로 위에 서 있는 것은 한 마리 말일지라도, 그 이름 하나에 담긴 상상력은 경마장을 넘어 어디까지든 달릴 수 있다. 언젠가 파리에서도 “에펠탑이 뛴다”는 소식이 들려올 날이 올지도 모른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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