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롯데 감독이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전에서 4-1로 승리한 뒤 선발 박세웅과 손뼉을 마주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롯데 감독이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전에서 4-1로 승리한 뒤 선발 박세웅과 손뼉을 마주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걷다 대고 내가 뭐라고 해(웃음).”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58)은 2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전날 선발등판한 박세웅(30)을 칭찬했다. 박세웅은 7이닝 1실점 역투로 시즌 10승을 올렸다. 김 감독은 “잘 던졌다. 어제(23일)처럼 자기 공에 확신을 갖고 던지면 된다. 앞으로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당초 박세웅은 전반기 선발 8연승을 달리다 이후 8경기에선 단 1승에 그치며 곤두박질쳤다. 다시 좋은 투구 내용을 보이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도 무려 두 달여 만이었다. 이 기간 김 감독의 따뜻한 말들이 박세웅에게는 무척 큰 힘이 됐다. 그는 “감독님은 언론 인터뷰나 어디에서든 늘 ‘(박)세웅이가 우리 팀의 에이스’라고 하신다. 오가다 마주쳐도 ‘편하게 던지라’고 하셨다. 난 그게 항상 감사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도리어 민망해했다. 그는 “기용해야 하는 선수인데 어쩌겠나”라며 웃은 뒤 “보고 있으면 땀도 뻘뻘 흘리고 애가 안쓰럽지 않으냐. 걷다 대고 내가 뭐라고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날은 다소 멋쩍어했지만, 실제 김 감독은 ‘올스타 휴식기 동안 박세웅에 대한 고민이 많았겠다’는 취재진의 말에도 “왜 자꾸 못한 점만 부각하려고 하느냐. 전반기에만 9승을 거둔 투수이지 않으냐. 마음 편히 먹으면 분명 잘할 것”이라며 박세웅을 감싸기도 했다.

김 감독은 사람을 잘 다루는 지도자다. 때론 부진한 선수를 냉철하게 다그치거나 2군에 보낼 때도 있지만, 확실한 신뢰를 보내야 할 때도 잘 안다. 그는 “성격을 보면 알지 않나. 칭찬을 해줘야 할 때가 있고, 달래줘야 할 때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수 육성의 권위자인 김 감독은 유강남, 정보근, 손성빈을 비롯한 안방마님들에게는 엄격한 모습도 보인다. 특히 주전 포수인 유강남은 김 감독의 냉철한 지도를 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김 감독은 “(유)강남이에게 칭찬을 했다간 오히려 어색해할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이어 “만약 내 칭찬을 들으면 강남이는 ‘감독님이 나를 2군에 보내려고 하나’라며 불안해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고척|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고척|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