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세닉 E‑Tech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넓은 실내, 안정적인 주행 감각, 높은 전비 효율을 앞세워 패밀리 전기 SUV 시장의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gna.com

르노 세닉 E‑Tech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넓은 실내, 안정적인 주행 감각, 높은 전비 효율을 앞세워 패밀리 전기 SUV 시장의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gna.com


가족을 위한 실용적인 전기차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반드시 시승해봐야 할 차가 나왔다. 르노 최초의 전기 패밀리 SUV인 르노 세닉 E‑Tech 100% 일렉트릭(이하 세닉 E‑Tech)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나 기아 EV6 못지않은 풍성한 옵션, 폭스바겐 ID.4보다 한층 섬세한 공간 설계와 뛰어난 디자인 감각으로 무장한 차가 세닉 E‑Tech다.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넓은 실내, 안정적인 주행 감각, 높은 전비 효율, 친환경 소재의 사용이라는 네 가지 축을 균형 있게 담아냈다. 제원표 상으로 드러나는 부분보다 실제 주행을 했을 때 ‘가족 중심의 전기 SUV’라는 콘셉트를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가로형 12인치 클러스터와 세로형 12인치 터치스크린을 장착해 편리함을 더한 세닉 E‑Tech 인테리어. 원성열 기자 sereno@dogna.com

가로형 12인치 클러스터와 세로형 12인치 터치스크린을 장착해 편리함을 더한 세닉 E‑Tech 인테리어. 원성열 기자 sereno@dogna.com

●편안하고 민첩한 주행 감성
세닉 E‑Tech는 전기 SUV 시장에서 독특한 포지션을 가진 모델이다. 아이오닉 5나 EV6처럼 800V 초급속 충전과 고출력을 내세우지 않고, 폭스바겐 ID.4보다 한층 섬세한 공간 설계와 실내 감각으로 접근한다.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넓은 실내, 안정적인 주행 감각, 높은 전비 효율, 친환경 소재라는 네 가지 축을 균형 있게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화려한 성능 수치보다 실사용 환경에 초점을 맞춘 접근은 ‘가족 중심 전기 SUV’라는 콘셉트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세닉 E‑Tech는 르노의 중형 전기차용 모듈형 플랫폼인 ‘AmpR 미디엄’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평평하게 배치해 저중심 설계(무게 중심을 낮춰 안정성을 높이는 구조)를 구현했고, 멀티 링크 리어 서스펜션(뒤쪽 바퀴 각각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구조)을 채택해 코너링 시 SUV 특유의 롤링을 억제한 것이 특징이다.

주행을 시작해보면 ‘와’ 하는 감탄사가 나올만큼의 뛰어난 승차감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전기차 특유의 무거움은 느낄 수가 없고, 토크가 초반부터 고르게 분포돼 급가속 시 불필요한 흔들림이 없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7.9초에 도달한다. 폭발적인 가속감은 아니지만, 필요한 순간의 순발력은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가족을 위한 SUV라는 용도에 맞춘 부드러운 토크 곡선은 승차감 향상에 분명히 기여한다. 

스티어링은 12:1 조향비(핸들을 조금만 돌려도 차체가 빠르게 반응하는 비율)로 설정돼 반응성이 민첩하다. 여기에 락투락 2.34회전(핸들을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돌릴 때 2바퀴 조금 넘게 도는 설정) 구조 덕분에 골목길 유턴이나 주차 시 핸들을 여러 번 돌릴 필요가 없다. 일반 SUV보다 방향 전환이 쉽고 직관적인 셈이다. 꽉 막힌 주말 서울 시내 도로를 2시간 이상 주행해 보면서, 이런 민첩함이 차량 전체의 만족도를 대폭 끌어올린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고 출력 160kW(218ps). 최대 토크 300Nm의 전기 모터가 장착되어 있는데 시내 주행에서 고속도로 주행까지 어느 영역에서도 부족함 없는 주행 성능을 보여줬다. 

●뛰어난 효율성 
전비 효율은 실주행에서 더 돋보인다. 공인 복합 전비는 4.4㎞/kWh지만, 시승 구간에서 기록한 평균 전비는 5.5~5.7㎞/kWh다. 시속 80km 속도로 외곽 순환도로를 달렸을 땐 6㎞/kWh 전후까지 올랐다. 87kWh 배터리 기준으로 환산하면 공인 주행거리 460km보다 훨씬 긴 500km 안팎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를 충분히 기대하고 누릴 수 있다. 

회생 제동 시스템은 패들 시프트를 활용해 5단계도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원 페달 드라이빙도 가능해 도심 정체 구간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거의 밟지 않고 주행할 수 있다. 감속 감각이 자연스럽고 이질감이 적어 장거리 주행에서도 편안하다. 고속 주행에서 정숙성도 인상적이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 억제력이 뛰어나 2열 승객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을 정도다.  

2785mm의 휠베이스로 넉넉한 실내 공간을 구현한 세닉 E‑Tech 측면 디자인. 원성열 기자 sereno@dogna.com

2785mm의 휠베이스로 넉넉한 실내 공간을 구현한 세닉 E‑Tech 측면 디자인. 원성열 기자 sereno@dogna.com

●가족 중심의 설계
세닉 E‑Tech의 휠베이스는 2785mm에 달한다. 그 결과 2열 무릎 공간 278mm, 머리 공간 884mm를 확보해 성인 네 명이 장거리 주행해도 여유롭다. 2열 중앙 좌석도 발을 편하게 둘 수 있어 성인이 앉아도 불편하지 않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545L, 2열 폴딩 시 1670L까지 확장돼 유모차 적재도 쉽게 할 수 있다.  

버튼 하나로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솔라베이’도 유니크한 옵션이다. 자외선 99%와 열 16%를 차단해 여름철 직사광선 아래에서도 실내의 쾌적함을 유지한다. 루프 전체가 열리는 구조는 아니지만, 빛의 양을 즉각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체감되는 편의성이 크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감각적이다. ‘openR 링크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가로형 12인치 클러스터와 세로형 12인치 터치스크린으로 구성된다. 구글 기반 OS로 구동돼 반응이 빠르고, 안면 인식 기능으로 운전자를 식별해 시트·미러 위치, 주행 모드, 앰비언트 라이트까지 자동 조정한다. 부부나 가족 구성원이 번갈아 운전할 때 진가가 드러난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