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제작사 주다컬쳐가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의 라인업을 공개했다. 이번 포트폴리오를 보면 확실히 판이 커졌다. 중·대극장 진출에, 해외 공동 제작까지. 딱 봐도 “올해는 무대 확장, 내년은 글로벌”이라는 기획 의도가 보인다.

이번 라인업에는 홍콩과 한국을 오가는 국제 협업 창작뮤지컬 ‘첫눈이 올 때 실연을 끝내자’, 뉴욕 낭독 공연까지 거친 뒤 귀환하는 뮤지컬 ‘말리’, 10주년을 맞아 1000석 규모로 확장하는 ‘은밀하게 위대하게:THE LAST’, 그리고 창작자들의 등용문 ‘제8회 1번출구 연극제’가 이름을 올렸다.


‘첫눈이 올 때 실연을 끝내자’는 홍콩문화발전위원회 30주년 기념작으로, 홍콩 제작사 7A Class와 성동문화재단, 극단 아리랑이 손잡고 만든 작품이다. 10월 중순 홍콩에서 막을 올린 후,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성수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홍콩 소녀 ‘소분’과 K-팝 연습생 ‘일수’가 서울을 함께 거닐며 연애 사연을 모으고 성장하는 이야기로, 제작진 라인업만 봐도 국경을 넘는 합이 예상된다.


2025년 연말에는 ‘말리’가 돌아온다. 원래 제목은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이었지만, 이번 시즌부터 간결하게 ‘말리’로 줄였다. 2018년 한예종에서 개발된 뒤 DIMF 창작뮤지컬상 수상, 영미권 개발 프로그램 선정, 뉴욕의 Playwrights Horizons와 Open Jar에서 낭독 공연까지 거친 작품이다. 이번 무대에는 음악감독 신은경, 안무가 신선호, 미국에서 활동해 온 연출가 김선재가 새롭게 합류했다.

12월 20일부터 2026년 2월 15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셋업이라, 공연 분위기 자체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목표로 할 전망이다.

그리고 2026년 1월, ‘은밀하게 위대하게:THE LAST’가 10주년을 맞아 대극장 버전으로 돌아온다. 초연은 2016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중대극장 버전은 2020년 세종M씨어터에서 선보였고, 이번엔 1000석 규모 대극장에서 확장판을 선보인다. 초연 창작진이 그대로 참여해 대극장 무대에 맞춘 변화를 더한다. 무엇보다 2017년 재연 이후 9년 만의 대학로 복귀라 팬들의 반가움이 클 듯하다.


이외에도 주다컬쳐의 시그니처 페스티벌 ‘제8회 1번출구 연극제’가 8월 27일부터 10월 12일까지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열린다. 신작 낭독부터 초청작까지 총 10편이 릴레이로 공연되며, 개막작은 극단 화담의 ‘스카프’다. 창작자와 관객이 직접 소통하는 자리라, 미래 공연예술을 이끌 신선한 얼굴들을 만날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번 라인업은 한 마디로 ‘규모’와 ‘영역’을 모두 키운 셋업이다. 주다컬쳐가 앞으로 1년 반 동안 어떤 무대로 국내외 관객을 사로잡을지, 이미 기대감이 무대 위로 떠오르고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