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청 전경. 사진제공 ㅣ 경주시

경주시청 전경. 사진제공 ㅣ 경주시




지역 언론계 “언론 유착 의혹, 제도 전면 재정비 시급”
경주시의 광고·홍보비 집행 과정에서 객관적 기준 없이 특정 언론사에 예산이 편중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를 두둔하는 듯한 공무원의 발언까지 나오면서 지역사회 반발이 거세다.

최근 기자의 질의에 대한 경주시 공보팀장의 답변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광고·홍보비도 담당 직원이 정한다.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 아니냐. 우리 예산을 우리가 결정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와 언론계에서는 “세금의 주인이 시민이라는 기본 인식조차 없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경주시는 시정 홍보 예산을 배분하면서 언론사의 규모, 영향력, 홍보 효과, 공익 기여도 등 객관적 기준을 전혀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언론단체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일부 매체에도 고액 광고비를 지급한 사례가 드러나 ‘비판 언론 배제·친분 언론 특혜’라는 지역 언론계의 오랜 의혹에 힘을 싣고 있다.

지역의 한 행정학 교수는 “세금은 공무원의 재량이 아니라 시민이 위임한 공익 자원”이라며 “‘우리 예산’이라는 표현은 예산 사유화적 사고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공보 담당 공무원의 인식이 이 정도라면 홍보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관련 부서에 대한 전면 감사와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보비 편중 의혹은 경주시의 언론 대응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경주시는 시장 주재 언론 간담회에 일부 매체만 개별 통보하고 다수 언론에는 아예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기준을 묻자 홍보담당관은 “기자가 너무 많아 장소가 부족해 우리 지역 언론사만 정한 것”이라며 “우리 시 행사에 누구를 부를지는 재량”이라고 답했다.

경주시청 송고실 운영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언론사 기자가 개인 사물을 장기간 비치하고 책상을 독점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으며, 다른 지자체의 개방형 브리핑룸과 비교해 폐쇄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계적 행사인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있는 경주시가 지역주의에 머문 홍보 행정 관행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공정성과 투명성 훼손은 물론 ‘세금을 통한 언론 길들이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주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나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