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숙·서송희 모녀 배우 6년 만에 한 무대 … 고려대 120주년 기념 ‘코리올라누스’

배우 성병숙, 서송희 모녀가 6년 만에 한 무대에 오른다.

오는 9월 6일 서울 연극 창작센터 서울씨어터 202에서 고려대학교 개교 120주년을 기념해 연극 ‘코리올라누스’가 공연된다. 셰익스피어의 잘 알려지지 않은 비극 ‘코리올라누스’는 혁혁한 공로에도 불구하고 귀족과 민중 모두로부터 버림받는 로마 영웅의 이야기를 통해 국가, 지도자, 민의 그리고 삶의 본질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대작이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기념 무대를 넘어, 대한민국 연극사의 산실인 ‘고대극회’가 1965년부터 이어온 10년 주기의 합동 공연 전통을 잇는 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1928년 창립된 보성전문 연극부를 계승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연극 단체인 고대극회 출신의 ‘레전드’ 동문들이 모교의 12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축하하기 위해 기꺼이 다시 뭉쳤다.

연극계의 대모 예수정,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주진모, 49년 차 베테랑 성병숙과 한은주 등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대선배들이 특별 출연해 후배들의 무대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이들의 참여는 단순한 출연을 넘어, 고대극회의 역사와 정신을 잇는다는 점에서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성병숙은 극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민의 어머니’ 역을, 딸 서송희는 주인공을 파멸로 이끄는 호민관 역을 맡았다. 2019년 연극 ‘여자만세2’ 이후 6년 만에 같은 무대에 서는 모녀가 어떤 연기 호흡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전설적인 선배들의 지원 속에서 극의 중심을 잡는 현역 배우 면면도 화려하다. 드라마 ‘제3공화국’, ‘실화극장 죄와 벌’ 등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 이성용이 주인공의 정신적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메네니우스’ 역을 맡아 관록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tvN ‘마에스트라’,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황건은 주인공의 숙명적 라이벌 ‘아우피디우스’로 분해 불꽃 튀는 카리스마 대결을 펼친다. 배우 겸 제작자로 꿋꿋하게 독립극단을 이끌어온 원영애는 강인하면서도 비극적인 어머니 ‘볼룸니아’ 역을 맡아 극의 깊이를 더한다.

이처럼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비극의 주인공 ‘코리올라누스’라는 중책은 한예종 연기과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국립극단 청년단원으로 활동하며 ‘신의 바늘’, ‘네버랜드’ 등에서 실력을 입증한 신예 문병설에게 돌아갔다.

이번 무대에는 특별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성병숙은 코리올라누스를 파멸로 이끄는 호민관 역을 맡은 딸 서송희와 ‘여자만세2’ 이후 6년 만에 한 무대에 올라 모녀 연기 호흡을 선보인다. 또한 평생을 성우로 살아온 유해무가 고대극회원들과의 오랜 인연으로 ‘원로원’ 역으로 우정 출연하며, 대학 졸업 후 48년 만에 무대에 서는 70대 선배부터 스무 살 새내기 후배까지 반세기를 아우르는 동문들이 함께한다.

연출은 국내 최고의 셰익스피어 전문가로 꼽히는 이현우 순천향대 교수가 맡았다. 2005년 이 작품을 국내 초연으로 올린 바 있는 그는 이순재 주연의 ‘리어왕’을 연출하고 ‘고도를 기다리며’에 배우로도 출연하는 등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연출가다.

여기에 지난해 동아연극상과 올해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을 수상한 강훈구 연출가가 협력연출로, 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한 홍창수 극작가가 드라마터지로 참여해 완성도를 극대화했다. 이현우 연출은 이번 무대를 ‘기원전 로마를 촬영하는 현대의 영상 스튜디오’라는 파격적인 콘셉트로 설정하고, 실시간 카메라 촬영과 객석을 무대의 일부로 활용하는 장치를 통해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주제를 시청각적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한편, 고려대학교 개교 120주년을 기념하는 연극 ‘코리올라누스’는 9월 14일까지 공연된다. 인터파크에서 예매가 진행 중이며, 파격적인 조기 예매 할인은 20일까지 유효하다.


김겨울 기자 win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