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대 여자축구부, 기자들의 뜻깊은 후원으로 ‘희망 패스’ 받다

한국기자연합회 대구·경북 지회가 대경대 여자축구부에 축구공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ㅣ 나영조 기자

경북 경산의 대경대학교 여자축구부가 지역 언론계의 특별한 응원을 받았다. 한국기자연합회 대구·경북 지회 심현보 지회장과 권병건 사무총장이 선수단에 360만 원 상당의 축구공을 기부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훈련을 이어가는 선수들에게 큰 힘을 보탠 것이다. 단순한 장비 후원을 넘어 언론계가 직접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를 응원하는 이례적 행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기부식에는 이민영 감독을 비롯해 조주빈 코치, 변준석 트레이너가 함께 자리해 선수들을 격려했다. 선수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뛰고 싶다는 소망을 잊지 않겠다”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대경대 여자축구부를 이끄는 이민영 감독은 2018년 동티모르 여자대표팀을 맡아 국제대회 첫 승리를 이끈 경험이 있다. 당시 풀을 베어내며 직접 운동장을 만들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는 “환경을 탓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 정신을 제자들에게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민영 감독의 지도 철학은 선수들에게 단순한 전술 훈련을 넘어 삶의 태도와 도전 정신을 일깨우는 힘이 되고 있다.

대경대 여자축구부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제32회 여왕기 전국여자대학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올해는 한국여자축구연맹전에서 대학부 3위에 올랐다. 한 학부모는 “무릎이 까지고 손이 찢겨도 웃으며 훈련하는 아이들의 땀방울이 결국 준우승으로 돌아왔다”며 “이번 기부는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희망”이라고 전했다.

조주빈 코치는 “여성 지도자의 강점은 선수들과의 공감과 소통이다. 그 신뢰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장 밖에서는 언니 같은 존재로, 안에서는 냉철한 지휘자로 나서는 여성 지도자들은 한국 여자축구에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대경대 여자축구부의 사례는 지방대학 스포츠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국 대학팀 상당수가 지원 부족으로 해체되거나 존폐 위기를 겪고 있으며, 여자 선수들의 진로는 더욱 협소하다. 전문가들은 “여자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대학부 리그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지방대학에 대한 안정적 지원 없이는 국가대표급 인재 발굴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전용 훈련장 확보 △지자체·기업 협력 강화 △국가 정책적 지원 등 체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지방대학 여자축구팀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전국대회 지원금 확대와 선수 진로 연계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경대 여자축구부의 땀방울은 단순한 준우승 트로피를 넘어 한국 여자축구가 안고 있는 구조적 과제를 드러낸다. 기자들의 작은 기부는 희망의 불씨지만, 이 불씨를 불꽃으로 키우는 것은 결국 사회와 제도의 몫이다. ‘환경을 탓하지 않는 정신’ 위에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가 더해질 때,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는 더욱 찬란히 빛날 것이다.

경산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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