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외국인투수 알렉 감보아가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5.1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7월 말 이후 한 달 넘게 승리가 없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외국인투수 알렉 감보아가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5.1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7월 말 이후 한 달 넘게 승리가 없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자기 역할 해줘야지.”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투수 알렉 감보아(28)는 3일 수원 KT 위즈전에 선발등판해 5.1이닝 6피안타(1피홈런) 5볼넷 9탈삼진 4실점으로 부진했다. 2-4로 뒤진 6회말 1사 후 교체된 그는 7회초 6득점한 타선 덕에 패전을 겨우 면했다. 초반 실점을 극복하지 못한 롯데는 KT와 엎치락뒤치락하다 9회말 박찬형의 수비 실책으로 8-9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2일 잠실 LG 트윈스전부터 2연패에 빠진 롯데는 시즌 62승6무61패를 마크하며 5위에서 6위로 내려갔다.

감보아가 제 기량을 발휘했다면 박찬형이 승패를 좌우할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그는 경기 초반 극심한 제구 난조에 시달리다 1회말에만 3점을 헌납했다. 한 이닝에 볼넷을 4개나 허용할 정도로 제구가 흔들렸다. 선취점을 허용한 1사 만루선 황재균에게 시속 153㎞의 빠른 직구를 던지고도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비록 스트라이크존 복판에 몰린 실투였어도 이전에 비하면 위력의 차이가 컸다. 존 한가운데 직구의 피안타율은 0.063에 불과했다.

감보아는 지난달부터 지친 기색을 보였다. 월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6월에 비하면 기량 저하가 뚜렷했다. 구속이 대표적이다. 그는 6월부터 지난달 초까지도 직구의 평균 구속을 시속 153㎞ 이상으로 유지했다. 최고 159㎞에 이르는 직구가 곧 그의 최대 강점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선 구속이 150.5㎞로 떨어졌다. 최저 구속은 146㎞에 불과했다. 그는 28일 사직 KT전부터 2경기에서 구속을 152.8㎞로 끌어올렸지만, 이 과정에선 제구 난조가 발생했다.

롯데 외국인투수 알렉 감보아가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외국인투수 알렉 감보아가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기량 저하의 요인 중 하나로 투구수가 꼽힌다. 지난 5월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첫선을 보인 감보아는 3일 경기까지 총 투구수 1597개를 기록했다. 트리플A로 승격돼 본격적으로 활약한 2023년 6월 말부터 올해 5월 초까지 기록한 투구수는 2239개다. 지난 시즌부터 한 시즌 반을 소화한 약 7개월간의 투구수는 1514개다. 즉, 트리플A 시절 총 투구수의 71.3%를 단 3개월 10일(100일) 만에 던진 셈이다. 더구나 이 기간 한 경기 최다 투구수는 92개, 경기당 투구수는 43.1개에 불과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마이너리그에선 투구수가 그리 많지 않다. 90개를 넘는 경우도 흔치 않았을 테니 지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사활을 건 롯데에는 팀의 1선발로 활약 중인 감보아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현재 팀의 실질적 에이스로 활약한 나균안도 잔여 경기 등판을 한 차례 건너뛸 공산이 높다. 지난달 31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에서 강습 타구에 오른쪽 어깨를 맞는 바람에 관리가 필요해졌다. 감보아의 활약이 더욱 중요해졌다. 지난달 말부터 제 구속을 되찾기 시작한 만큼 고무적인 요소도 존재한다. 김 감독은 “7회에도 150㎞대 중후반의 구속을 기록할 정도로 스태미너에는 큰 문제가 없다. 투구 컨디션에 따라 등판 간격을 조정해줄 생각도 있다. 제 역할을 다시 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