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도 연극도 아니다” 박정민·박강현, 태평양 227일 표류기…‘라이프 오브 파이’ [공소남 시즌2]

‘파이’ 역의 박정민 사진제공 ｜ 에스앤코

“호랑이랑 같이 배에 탔다? 그것도 태평양 한가운데서 227일 동안?”
이 믿기 힘든 이야기가 드디어 한국 무대에 오른다. 소설로는 맨부커상, 영화로는 아카데미상, 무대에서는 올리비에와 토니 어워즈까지 휩쓴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가 오는 12월 GS아트센터에서 한국 초연을 올린다. 이번 무대는 뮤지컬도 연극도 아닌 새로운 장르, ‘라이브 온 스테이지(Live on Stage)’를 표방한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주인공 파이 역이다. 배우 박정민과 박강현이 더블 캐스팅돼 227일의 표류기를 이끌어간다. 박정민은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8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다. 영화 ‘파수꾼’, ‘동주’, ‘하얼빈’ 등에서 보여준 폭넓은 연기를 이번 무대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무대에 다시 서는 것만으로도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며 이번 공연이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을 예고했다.

‘파이’ 역의 박강현

박강현은 뮤지컬 ‘알라딘’, ‘하데스타운’ 등 대작의 주역을 맡아온 스타다. “항상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는 그는 퍼펫과의 협연, 그리고 ‘라이브 온 스테이지’라는 장르 자체에 매력을 느껴 이번 작품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세계 공연계에서 이미 대작 인증을 끝냈다. 2022년 웨스트엔드 초연에서 올리비에 어워즈 9개 부문 후보, 5관왕. 2023년 브로드웨이에서는 토니 어워즈 5개 부문 후보, 3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퍼펫티어 팀이 사상 최초로 연기상을 수상하며 “퍼펫도 배우”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평단의 반응도 뜨거웠다. 타임즈는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다”고 했고, 가디언은 “절대 놓쳐선 안 될 작품”이라며 만점 별점을 던졌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무대 버전은 우리가 아는 뮤지컬도, 연극도 아니다. 배우의 연기와 영상, 조명, 음악, 그리고 퍼펫이 결합해 무대 전체가 거대한 태평양으로 변신한다. 호랑이가 실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 관객은 비로소 ‘라이브 온 스테이지’라는 새로운 장르를 체감하게 된다.

퍼펫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또 하나의 배우다.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부터 오랑우탄, 얼룩말, 바다거북까지 퍼펫티어 9명이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배우와 퍼펫이 눈빛을 주고받는 장면은 관객에게 소름 돋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조연 라인업도 탄탄하다. 파이의 아버지 역에 서현철·황만익, 엄마 역에 주아·송인성, 오카모토 역에 진상현·정호준, 루루 첸 역에 임민영·김지혜가 캐스팅됐다. 이 밖에도 신진경, 한규정, 전걸, 이상아 등 베테랑과 신예가 어우러져 극에 입체감을 더한다.

12월 22일, GS아트센터는 파이와 호랑이가 227일 동안 살아남아야 하는 태평양 한가운데로 대변신한다. 이곳에서 관객은 두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목격하게 된다. 기적 같은 동화 이야기와 잔혹한 현실 생존기. 어느 쪽을 믿을지는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분명한 건, ‘라이브 온 스테이지’라는 혁신적인 무대 예술이 공연장을 휘감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