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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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현빈이 ‘얼굴 없는 연기’라는 파격적인 시도로 시험대에 오른다.

그간 출연작들에서 상대 배우들의 활약에 가려 뚜렷한 색채를 드러내지 못했던 신현빈이 얼굴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를 맡은 영화 ‘얼굴’로 존재감을 증명할 수 있을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11일 개봉한 ‘얼굴’은 앞을 보지 못하는 전각(도장) 장인의 아들(박정민)이 40년 만에 백골 사체로 나타난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신현빈은 실종 되기 전 젊은 시절의 어머니 ‘정영희’를 연기한다.

정영희는 영화의 주요 서사를 관통하는 핵심 인물로, 그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이 한결같이 ‘못생겼다’고 증언하지만 정작 그 누구도 정확한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정영희의 얼굴이 담긴 사진조차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캐릭터의 미스터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신현빈은 영화 내내 뒷모습, 흐릿한 실루엣,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으로만 등장해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얼굴을 감춘다.

영화 ‘얼굴’ 스틸,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얼굴’ 스틸,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덕분에 ‘얼굴’은 오히려 신현빈에게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가 됐다. 눈빛, 표정 등을 완전히 배제한 오직 목소리와 몸짓만으로 캐릭터의 감정을 설득력있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현빈이 앞서 선보였던 작품들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점은 특히 이번 도전에 무게를 더한다. 2020년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를 통해 얼굴을 알린 그는, 이후 ‘너를 닮은 사람’, ‘괴이’, ‘사랑하다 말해줘’, ‘새벽 2시의 신데렐라’ 등을 내놨지만 이렇다할 인상을 남기지 못하며 흥행에도 실패했다.

‘재벌집 막내아들’과 ‘계시록’ 등은 흥행에 성공했으나, 각각 이성민, 송중기, 김신록, 류준열 등 함께 연기한 배우들의 활약에 가려 신현빈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흐릿하게 남았다.

이런 가운데 ‘얼굴’을 통해 신현빈에게 ‘얼굴 없는 연기’라는 과감한 선택지를 제안한 연상호 감독은 “흔쾌히 쉽지 않은 캐릭터를 주저 없이 선택해 준 신현빈이 손이나 어깨, 몸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며, 그 결과 “관객이 정영희라는 인물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