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고영표가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에 선발등판해 개인통산 1000탈삼진을 달성했다. 2015년 1군에 진입한 KT가 1000탈삼진 투수를 배출한 건 고영표가 최초다. 사진제공|KT 위즈

KT 고영표가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에 선발등판해 개인통산 1000탈삼진을 달성했다. 2015년 1군에 진입한 KT가 1000탈삼진 투수를 배출한 건 고영표가 최초다. 사진제공|KT 위즈



KT 위즈의 잠수함 에이스 고영표(34)는 1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개인통산 1000탈삼진을 달성했다. 그는 0-0으로 맞선 1회말 무사 2루서 김지찬을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돌려세우며 대기록을 완성했다. 2015년 1군에 진입한 KT가 1000탈삼진 투수를 배출한 건 고영표가 최초다. 이튿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고영표는 “경기 전에는 기록을 알고 있었는데, 막상 마운드에선 경기에 집중하느라 기념구를 챙길 생각도 못 했다(웃음). 내겐 의미가 깊은 기록이다. 달성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의미 있는 숫자 아니에요?”

언더핸드와 사이드암 유형을 통칭하는 잠수함 투수들에게는 탈삼진의 의미가 남다르다. 역대 1000탈삼진을 달성한 잠수함 투수는 이강철(해태~KIA 타이거즈·1751개) KT 감독을 시작으로 임창용(해태~삼성~KIA·1474개), 이재학(NC 다이노스·1205개)에 이어 고영표가 역대 4번째다. 전체 38명 중에선 비율이 10% 남짓이다. 고영표는 “투수들에게는 탈삼진이 곧 야구의 꽃이다. 투수의 꽃과 같은 기록을, 그것도 KT에서만 달성하게 돼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고영표의 우상인 이 감독도 그의 1000탈삼진 달성을 뿌듯해했다. 그는 잠수함 투수 최초이자, 최동원(롯데 자이언츠·1019개), 선동열(해태·1698개)에 이어 역대 3번째로 1000탈삼진의 역사를 쓴 한국야구의 전설이다. 이 감독은 자신의 잠수함 투수 계보를 잇는 제자의 대기록 달성 소식에 “하다 보면 되는 것 아니냐”며 괜스레 농담한 뒤 “(고)영표는 탈삼진 능력이 워낙 좋은 투수”라고 기특해했다. 이어 “더욱이 잠수함 투수가 삼진을 많이 잡는 경우는 거의 드물지 않으냐. (고영표의) 1000개는 더욱 의미 있는 숫자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이강철 KT 감독(오른쪽)이 투구를 마친 에이스 고영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이강철 KT 감독(오른쪽)이 투구를 마친 에이스 고영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쫓아가보겠습니다”

한국야구의 간판 잠수함 투수로 활약 중인 고영표는 이 감독의 기록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산술적으로도 지금의 흐름이면 도전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그의 의지에는 이 감독의 탈삼진 기록을 새로운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고영표는 취재진과 인터뷰 도중 이 감독의 기록이 언급되자 “감독님은 정말 많이 (삼진을) 잡으셨네요”라고 감탄한 뒤 “앞으로도 더욱 노력해서 감독님의 기록을 한번 쫓아가보겠다”고 다짐했다.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고영표는 올 시즌 국내 투수 중 탈삼진율(K%) 1위(23.1%)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는 주무기 체인지업의 영향도 크지만, 커터를 비롯한 새 구종 연마의 노력도 깃들어 있다. 그는 구종뿐만 아니라 투구 패턴의 변화, 최상의 구질을 만들어냈을 때 트래킹 데이터의 미세한 차이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이 감독은 “영표가 올 시즌에도 자기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탈삼진도 탈삼진이지만, 꾸준히 잘해주니 두 자릿수 승리도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대구|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대구|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