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파라다이스시티가 올 가을의 시작을 가장 뜨거운 사운드로 물들었다.

지난 13일과 14일 양일간 열린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 2025’는 단순한 음악 축제를 넘어,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홍대 롤링홀의 정체성과 미래를 통째로 담아낸 음악의 성찬이었다.

이번 페스티벌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사운드”라는 슬로건 아래 기획됐다.
1995년 신촌에서 시작해 한국 인디씬의 심장으로 자리 잡은 롤링홀의 30주년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단순히 회고에 머물지 않고, 다섯 개 스테이지·70팀 이상이 참여한 파격 라인업으로 롤링홀이 만들어낸 음악 생태계를 무대 위에서 풀어냈다.


공간 또한 특별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숙박·레저 시설과 야외 공간이 어우러진 덕분에, 관객들은 단순히 공연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루 종일 머물며 축제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번 페스티벌의 백미는 롤링홀과 마찬가지로 30주년을 맞이한 YB였다. YB는 무대에 오르는 순간부터 현장을 장악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기존의 록 사운드에 메탈릭한 질감을 더한 메탈록 편곡을 선보이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나는 나비’, ‘꿈꾸는 소녀’가 울려 퍼지자 수천 명의 관객이 떼창으로 화답했고, YB 라이브는 여전히, 아니 더욱 폭발적이었다.

무대 후반에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가 YB와 함께 ‘Revolution’을 합주, 세대가 만나는 상징적 순간을 만들어내며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의 정제성을 제대로 담아냈다.



특히 이번 페스티벌은 5개 스테이지가 각기 다른 개성을 선보였다.

● SOUND PLANET STAGE - 메인 헤드라이너가 오르는 중심 무대. YB, WOODZ, Reol, LUCY, 체리필터, 김재중 등 굵직한 라인업이 집결해 관객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이다.

● SOUND CAMP STAGE - 밴드 중심의 파워풀한 라이브 무대. 브로큰 발렌타인, 버넌트 신드롬즈. 해리빅버튼, 크라잉 넛 등이 등장해 클럽 공연 같은 에너지를 냈다.

● SOUND BREEZE STAGE - 감각적인 보컬리스트·싱어송라이터 라인업. 어반자카파, 데이먼스이어, 너드커넥션, 확인, 송소희, 브로콜리너마저 등이 편안한 감성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 CHROMA STAGE - 다양한 장르와 실험적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무대. 밴드 기프트, 아디오스오디오, MGFF, 행로난, 중식이 밴드 등이 관객을 끌어모았다.

● 버스킹 STAGE - 현장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오픈형 무대. 오아!, 오아베, 다다다, 샤르키 등 신예들이 관객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했다.



음향은 전반적으로 매우 안정적이었다. 메인 스테이지는 저음이 과도하게 울리지 않고 발밑으로 묵직하게 깔렸으며, 보컬과 드럼, 기타 사운드가 깔끔히 분리돼 “음악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곡의 드롭 순간에는 조명과 레이저, 스파클 이펙트가 정확히 맞물리며 공연의 몰입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양일간 페스티벌에 참여한 관객은 4만 명을 넘어섰고, 유튜브 채널에는 주요 아티스트의 4K 직캠이 빠르게 올라왔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사운드플래닛2025는 이틀간 10만 건 이상 언급되며 온라인에서도 축제가 이어졌다.

이번 사운드플래닛 2025는 “한국 음악 페스티벌의 새로운 스탠더드”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장르·세대·공간을 가로지르는 라인업은 인디씬과 메이저씬의 경계를 허물었고, 하루 종일 머무르며 즐길 수 있는 체류형 페스티벌 모델을 완성했다.

공연, 전시, 체험이 연결된 이번 축제는 단순한 음악 소비를 넘어 관객 스스로가 참여하고, 추억을 만들고, 다시 공유하는 확장형 경험으로 진화했다.

이제 사운드플래닛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롤링홀의 다음 30년’을 설계하는 플랫폼이자, 국내 음악 산업이 장르와 세대를 잇는 실험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가 되었다.

이번 성공을 발판 삼아 앞으로 더 많은 도시·공간·아티스트와의 협업이 가능해진다면 사운드플래닛은 한국형 글로벌 페스티벌로 성장할 잠재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이슬비 동아닷컴 기자 misty8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