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서원 창건 450주년 기념 특별 서예전 ‘퇴계’ 홍보 포스터. 사진제공 ㅣ 국학진흥원

도산서원 창건 450주년 기념 특별 서예전 ‘퇴계’ 홍보 포스터. 사진제공 ㅣ 국학진흥원




퇴계 정신을 서예로 되살리다
도산서원 창건 4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서예전 〈퇴계(退溪)〉가 9월 18일부터 27일까지 경상북도청 동락관 제1·2전시실에서 열린다.

지난 8월 대구에서 성황리에 개최된 전시에 이어, 퇴계의 본향 안동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 퇴계가 학문과 삶을 일군 터전에서 열리는 만큼, 관람객은 전시장을 찾는 순간 도산서원의 풍광과 퇴계의 정신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서예전은 퇴계 이황(1501~1570)의 도학정신과 시심(詩心)을 서예라는 예술 형식으로 되살리는 자리다. 퇴계의 친필 작품 20여 점과 자작시, 그리고 제자·후학과 조선 명사들이 남긴 시 100여 편이 한국서예협회 소속 작가 51명의 손을 거쳐 현대 서예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단순한 모사가 아닌 현대적 해석을 더해 묵향에 담아낸 120여 점의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로 관람객에게 특별한 울림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도산서원은 1574년 퇴계의 제자들에 의해 건립이 시작돼 이듬해 선조의 사액으로 완성됐다. 창건과 동시에 사액이 내려진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며, 이는 퇴계가 한국 유학사에서 차지한 위상을 보여준다. 서원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도덕적 삶과 학문적 이상을 구현한 공동체의 상징으로 자리해왔다.

대구 전시가 퇴계학의 확산과 지역 유산을 조명하는 자리였다면, 안동 전시는 퇴계 정신의 뿌리가 서린 본향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더욱 상징적이다. 퇴계가 학문을 닦고 제자를 길러낸 도산서당과 도산서원이 자리한 곳에서 열리는 만큼, 이번 전시는 퇴계 정신을 직접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1575년 도산서원이 완공됐을 당시, 선조는 조선 최고의 서예가 한석봉에게 ‘도산서원’ 편액을 쓰게 했다. 이는 퇴계의 도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겠다는 국가적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번 전시는 그 전통을 잇는 자리로, 현대 서예가들이 한석봉의 정신적 후예로서 퇴계의 학문과 문학을 다시 써 내려간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은 단순한 서체 재현을 넘어 퇴계가 추구했던 도덕적 이상과 삶의 궤적을 서예의 선과 먹빛 속에 압축했다. 또한 퇴계 사후 도산서원을 찾은 수많은 명사들이 남긴 추모와 흠모의 시가 현대적으로 부활해, 450년의 시공을 넘어 오늘의 관람객과 만난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도산서원은 퇴계 선생의 도학적 정신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상징적 공간”이라며 “대구 전시가 퇴계학의 확산과 교류를 보여주는 자리였다면, 안동 전시는 퇴계 정신의 본질을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동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나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