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엄상백.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엄상백.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본인도 아마 기분 좋았을 거야.”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67)은 1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우완 엄상백(29)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그의 최근 활약을 크게 반겼다.

엄상백은 지난 1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팀 6번째 투수로 등판해 1.2이닝 무실점 호투를 했다. 한화가 1-2로 뒤진 7회말부터 마운드를 지킨 엄상백은 팀이 8회초에 3점을 만들어 4-3 역전 승리를 거두면서 순식간에 시즌 2승(7패)째를 수확했다.

한화 엄상백.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엄상백.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한 뒤 처음으로 얻은 개인 승리. 팀이 1위 싸움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만든 호투였기에 더 값진 승리였다. 이를 바라본 김 감독 역시 큰 만족감을 보였다.

김 감독은 “본인(엄상백)이 선발로 던지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지금 팀을 위해 중간에서 공을 던지면서 하나씩 잘 해주고 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개인 승리까지 나왔으니 본인도 기분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엄상백은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51㎞까지 나왔다. 변화구로는 커브와 체인지업을 적절히 섞어 다양한 패턴을 구사했다. 16개의 공으로 아웃카운트 5개를 잡는 높은 효율을 보였다.

한화 엄상백.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엄상백.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엄상백은 9월 들어 평균자책점(ERA) 0.00 행진을 7경기 연속으로 이어가고 있다. 7경기(8.2이닝)에서 1승1홀드 ERA 0.00을 기록 중이다. 8월까지의 기복 있는 투구를 떨쳐내고, 자신의 평균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엄상백은 올 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권리를 통해 한화로 이적했다. 그는 한화와 4년 최대 78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8월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한화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반전을 만들 카드는 아직 남아 있다. 바로 가을무대에서의 활약이다. 현재 상승세를 탄 엄상백이 9월의 페이스를 계속 유지한다면, 한화는 포스트시즌(PS)에 매우 큰 힘이 되는 카드를 얻게 된다. 

더스틴 니퍼트(오른쪽)와 양의지. 스포츠동아DB

더스틴 니퍼트(오른쪽)와 양의지. 스포츠동아DB

최고의 시나리오는 10년 전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정규시즌과 PS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었던 더스틴 니퍼트다. 니퍼트는 당시 어깨 부상으로 인해 정규시즌엔 거의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했다. 그는 그해 정규시즌 20경기(90이닝)에서 6승5패 ERA 5.10의 성적을 남기는 데 그쳤다.

하지만 니퍼트는 PS 무대에선 자신의 ‘몸 값’을 톡톡히 해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모든 무대에 등판하며 PS 5경기(32.1이닝)에서 3승무패 ERA 0.56을 기록했다. 니퍼트를 앞세운 두산은 그해 ‘업셋’의 기적을 만들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니퍼트는 가을무대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두산과 재계약에 성공했고, 2016시즌에 22승(3패)을 거두며 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정규시즌과는 완전히 다른 활약으로 팀과 개인의 성과를 모두 이뤄, 아직까지도 최고의 가을 반전사례로 남아 있다.

수원|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수원|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