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의 주역 이병헌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단연 박찬욱 감독’을 꼽으며 그와의 특별한 첫 만남을 회상하기도 했다. 사진제공 | BH 엔터테인먼트

‘어쩔수가없다’의 주역 이병헌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단연 박찬욱 감독’을 꼽으며 그와의 특별한 첫 만남을 회상하기도 했다. 사진제공 | BH 엔터테인먼트



‘정교한 설계자’ 박찬욱과 ‘정확한 실연자’ 이병헌이 일궈낸 최상의 성과물, 작전 명은 ‘어쩔수가없다’다. 200개국 이상에 선판매됐고, 24일 국내 개봉에 앞서 사전 예매량은 40만 장을 넘어섰다.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이라는 영화적 대서사에서 ‘가장 접근하기 쉽고 몹시 웃기는’ 작품. 이와 맞물려 박 감독은 해외 유수 영화제 등에서의 “수상보다 흥행”에 방점을 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어쩔수가없다’의 극장 등판은 위기에 직면한 우리 영화계에 대반전을 가져올 ‘야심작’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충무로를 자양분으로 연출과 연기에서 ‘일가’를 이룬 박찬욱과 이병헌 두 거장이 맞닥뜨린 ‘가장’으로서의 책임도 ‘어쩔수가없다’에는 녹아있다.

배우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에 대해 ‘인생의 형이자 기댈 수 있는 존재’라고 애틋함을 드러내며 “다층적인 영화적 감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박 감독의 힘”이라고도 했다. 사진제공 | BH 엔터테인먼트

배우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에 대해 ‘인생의 형이자 기댈 수 있는 존재’라고 애틋함을 드러내며 “다층적인 영화적 감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박 감독의 힘”이라고도 했다. 사진제공 | BH 엔터테인먼트


‘어쩔수가없다’는 하루 아침에 해고당한 한 가장이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들을 제거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이 설계한 정밀한 구도에서 가장 ‘충실’하게 움직이는 연기자이자, 이야기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때로 독하게 웃기고, 때로 지독하게 서글픈’ 블랙코미디를 그는 폭주기관차처럼 이끌어간다.

“박찬욱 감독, 처음엔 비호감이었죠.”

‘어쩔수가없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로 그는 단연 연출자인 박찬욱을 꼽았다. 각양각색의 유머로 채워진 서사 그 이면에 숨겨진 ‘딜레마’는 박 감독 영화의 정체성이기도 했고 이병헌에게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와 맞물려 이병헌은 “다층적인 영화적 감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박 감독의 힘”이라고도 했다.

그에게 박찬욱은 ‘기댈 수 있는 존재’다. “제 인생에 ‘큰 형’ 같기도, 우리 영화계 전체로 봐도 큰 버팀목 같은 인물”이라고 했다. 이병헌은 자신과 박 감독 모두 혈기왕성했던 한 때를 반추하기도 했다.

“박찬욱은 영화 한편을 말아먹은 감독이었고, 나는 두 편을 말아먹은 연기자였죠. 꽁지머리를 한 비호감의 사내가 시나리오를 건넸고, 웬지 이 작품 안 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그런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우리 둘 다 망할 만큼 망했고, 더 망할 것도 없겠다’ 싶어….”
그렇게 함께 한 작품이 ‘공동경비구역 JSA’였다.
“베니스 남주상 누구? 챗지피티에 물어본 적 있다.”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됐지만, 수상이 아쉽게 불발된 것에 대해서도 소회를 전했다.

“유력 평점 플랫폼(로튼 토마토)에서 1위도 했고, 현지 분위기도 좋아 ‘뭔가 있겠다?’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같이 간 한 스태프가 ‘챗지피티’(ChatGPT)에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를 물었는데 제 이름이 세 사람 안에 있더라고요?(웃음) 솔직히 좋았죠.”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영화 가운데 ‘가장 웃긴 작품’으로 벌써부터 화제다. 하지만 이병헌은 “웃긴 영화는 맞지만 웃긴 연기는 일부러 안했다”고 했다.

“의도적으로 유머를 더하려다보면, 자칫 캐릭터의 본질 등 더 중요한 것들이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저 멀리 누군가가 ‘꽈당’하고 넘어졌을 때 그 사람은 굉장히 아프겠지만 멀리서 본 사람은 웃길 수 있잖아요. 그게 저와 관객의 관계라고 봤어요.”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