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국인투수 아리엘 후라도(29)는 올 시즌 KBO리그 최다 이닝(190.1이닝) 및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22회)를 사실상 확정했다. 29경기에 선발등판해 2완봉승 포함 14승8패, 평균자책점(ERA) 2.70의 성적을 거둔 것도 훌륭하지만, 긴 이닝을 소화하며 불펜의 부담을 덜어준 건 마운드 전체에 숨통을 틔운 결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올 시즌 내내 꾸준했다. 특히 선발등판한 경기의 75.9%에 달하는 22경기에서 QS를 달성한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박진만 삼성 감독이 7월 27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완봉승을 따낸 후라도를 향해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한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는 팀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 한 단면이다. 또 후라도의 선발등판 경기 전날 과감하게 불펜투수들을 투입하는 것도 그를 향한 확실한 믿음이 있어서다. 박 감독은 “후라도는 항상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그런 점을 믿고 등판 전날 불펜투수들을 빠르게 투입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후라도는 이미 2019년 양현종(KIA 타이거즈) 이후 6년만에 단일시즌 2차례 완봉승을 기록한 투수가 됐다. 긴 이닝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노하우를 지니고 있어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14승째를 따낸 24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기록한 2실점(1자책점·6이닝)도 수비 실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컸다. 그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포수 강민호(40)는 “후라도가 공을 정말 잘 눌러서 던진다. 상대 타자와 이전 타석에 어떻게 승부했는지도 인지하고 투구를 한다”고 극찬했다.

후라도 역시 긴 이닝을 소화하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에도 이닝소화능력은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2023년 183.2이닝(11승8패·ERA 2.65), 지난 시즌 190.1이닝(10승8패·ERA 3.36)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2년간 그를 공략하는 데 애를 먹었던 타 구단의 견제가 더욱 심해졌지만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2년 연속 190이닝을 돌파했다.

특히 QS 횟수 대비 승운이 따르지 않은 편인데도 개의치 않고 묵묵히 제 몫을 해낸 점은 다른 투수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후라도는 “많은 이닝을 소화한 건 그만큼 팀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라 기분이 좋고, 무엇보다 내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팀의 승리를 도울 수 있다면 어떻게든 마운드 위에서 버티겠다는 프로의식이 엿보였다.


대구|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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