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진소연이 무대를 집어삼켰다.

그는 22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나의 아저씨’에서 1인 3역을 맡고 무대를 종횡무진했다.

원작 드라마를 무대로 옮긴 연극 ‘나의 아저씨’는 삶의 무게를 버텨온 ‘박동훈’과 거칠게 살아온 ‘이지안’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는 과정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소소한 일상의 대화, 때로는 묵직한 침묵이 교차하는 가운데, 인물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온기가 어떻게 구원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무대에서 진소연은 정정희-최과장-이지안의 할머니까지 세 인물을 맡아 서로 다른 결의 캐릭터를 정교하게 구축했다. 

먼저 정정희는 어떤 날에는 흥얼거리며 손님을 맞다가도, 어떤 날에는 멍하니 앉아 있는 등 감정의 진폭이 큰 ‘기이하고 유쾌한’ 매력을 품고 있다. 진소연은 정정희를 정서적 중심축으로 세워, 가벼운 농담 뒤에 숨어 있는 쓸쓸함과 다정함을 디테일하게 드러낸다.

박동훈의 회사 동료 최과장에서는 또렷한 딕션과 짧고 빠른 보폭의 신체 리듬으로 사무 장면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한다. 

대사의 템포와 호흡을 치밀하게 조절해 일상적 대화가 긴장으로 번지는 순간을 정확히 표현했고 이지안의 할머니에 이르면 목소리의 공명, 호흡의 길이, 어깨와 허리의 축까지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배우가 맞는지 의심될 만큼 변주된 발성과 제스처로 등장 분량을 넘어서는 잔상을 남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