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외국인투수 미치 화이트는 13일 대구 삼성과 준PO 3차전이 끝난 뒤 이숭용 SSG 감독에게 불펜 대기를 자청했다. 그동안 선발투수의 구원 등판은 없다고 못 박았던 이 감독도 화이트의 진심을 전해들은 뒤 수락했다. 9일 준PO 1차전서 안타를 허용한 뒤 아쉬워하는 화이트. 뉴시스

SSG 외국인투수 미치 화이트는 13일 대구 삼성과 준PO 3차전이 끝난 뒤 이숭용 SSG 감독에게 불펜 대기를 자청했다. 그동안 선발투수의 구원 등판은 없다고 못 박았던 이 감독도 화이트의 진심을 전해들은 뒤 수락했다. 9일 준PO 1차전서 안타를 허용한 뒤 아쉬워하는 화이트. 뉴시스



“기회를 주세요.”

SSG 랜더스 외국인투수 미치 화이트(31)는 가을야구 데뷔전이었던 9일 인천 삼성 라이온즈와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1차전에 선발등판했지만, 2이닝만에 6안타 2홈런 3볼넷 3실점을 기록하고 물러났다. 정규시즌 24경기에 등판해 11승4패, 평균자책점(ERA) 2.87, 137탈삼진, 44볼넷을 올렸던 핵심 선발투수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단기전인 가을야구는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 그렇다 보니 1차전 투구수가 59개에 불과했던 화이트가 상황에 따라 구원등판할 여지도 있었다. 하지만 이숭용 SSG 감독은 이 문제에 단호하게 선을 그어왔다. 전날(13일)까지도 준PO 1, 2차전 선발투수였던 화이트, 김건우의 구원등판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13일 준PO 3차전에서 3-5로 패한 뒤 상황이 급변했다.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몰린 상황이었기에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총동원해야 했다. 화이트의 진심이 이 감독에게 전해졌다. 이 감독은 14일 준PO 4차전에 앞서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할 얘기가 있다”며 “어제 경기 후 경헌호 투수코치가 찾아왔다. ‘화이트가 불펜에서 던지고 싶어한다’고 하더라. 내가 지금까지 인터뷰 때 말했던 내용(선발투수의 구원등판 불가)을 그대로 전달했고, 밤새 고민했다. 프런트와도 상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화이트와 면담을 했다. ‘나는 웬만하면 선발투수를 불펜으로 쓰지 않는다’고 했다”며 “화이트가 ‘내가 1차전에 잘 못 던졌으니 기회를 달라’고 하더라. 고민 끝에 화이트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팀을 위해서라면 원칙을 내려놓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화이트의 팀 스피릿도 엿볼 수 있었던 대목이다.

이 감독은 “선수가 그렇게까지 진심이라면, 옵션을 하나 더 만들어놓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결과는 감독의 책임이다. 선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대구|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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