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남태희(앞)는 지난해 7월 K리그1 무대를 밟은 이래로 2년 연속 처절한 잔류경쟁을 겪고 있다. 생전 해본 적 없던 하위권 팀의 에이스 역할이 어색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아닌 팀만 바라본다. 이럴 때 팀에 필요한 건 베테랑들의 집중력과 영건들의 여유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남태희(앞)는 지난해 7월 K리그1 무대를 밟은 이래로 2년 연속 처절한 잔류경쟁을 겪고 있다. 생전 해본 적 없던 하위권 팀의 에이스 역할이 어색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아닌 팀만 바라본다. 이럴 때 팀에 필요한 건 베테랑들의 집중력과 영건들의 여유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SK 미드필더 남태희(34)는 K리그1에서 2년 연속 처절한 잔류경쟁을 겪고 있다. 그동안 발랑시엔(프랑스), 알두하일, 알사드(이상 카타르),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 등 강등과 거리가 먼 팀들만 거쳐왔기 때문에 지금의 처절함이 낯설다.

지난해 7월 제주 입단 이래로 생전 해본 적 없던 하위권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주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 외에도 팀 사정에 따라 최전방 공격수를 소화하는 등 위치도 자주 바뀌어 어색할 때가 많다. 그러나 남태희는 지금은 자신이 아닌 팀만 바라봐야 하는 시기라는 것을 잘 안다.

남태희는 “K리그1은 팀들의 전력이 평준화 돼 잔류여부가 작은 차이에서 갈린다. 나를 비롯한 베테랑들이 각자 체력, 집중력, 책임감이 부족하진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남태희의 말대로 K리그1은 사소한 차이로 희비가 엇갈린다. 제주는 지난해 K리그1에서 15승4무19패(승점 49)를 쌓아 7위로 마쳤지만 36라운드에서야 겨우 잔류를 확정했다. 올해는 8승8무16패(승점 32)로 11위까지 추락했다. 최하위(12위) 대구FC(6승8무18패·승점 26)와 격차가 많이 줄어 잔류를 장담하기 힘든 처지다. K리그1은 최하위가 K리그2로 강등되고 10위와 11위는 각각 K리그2 승격 플레이오프(PO) 승자, K리그2 2위와 승강 PO를 치른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남태희는 동료들에게 잔류 희망을 잃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는 베테랑들에게 ‘더욱 집중하자’고 강조하면서도 김준하, 최병욱(이상 20), 김진호(19) 등 올해 가능성을 보여준 유망주들에겐 자신감과 여유를 잃지 말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긴장과 스트레스는 베테랑들이 오롯이 짊어지고 가야할 몫이라는 생각에서다.

남태희는 “후배들이 나보다 더 팀에 도움이 돼 기특하면서도 미안하다. 팀이 여유있는 상황이었더라면 이들이 부담감을 덜어내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고 돌아봤다. 이어 “올해 K리그1 31경기에 나서 5골과 4도움을 올렸다. 마수걸이 골을 맛봤으니 개인적 욕심은 없다. 위기일수록 베테랑들은 집중력, 영건들은 여유를 갖고 뛰면 우리는 잔류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