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에 1억1000만 달러(약 1560억 원)를 투자한다고 최근 밝혔다. 그레일은 사람의 혈액 채취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다.  

●내년 FDA 승인 신청
이번에 삼성이 투자하는 그레일은 혈액 내 수억 개의 DNA 조각 중 암과 연관된 미세한 DNA 조각을 최적으로 선별하고, 이를 AI 기반 유전체 데이터 기술로 분석해 암 발병 유무 뿐 아니라 암이 발생한 장기 위치까지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임상시험 결과로 출시한 제품 ‘갤러리’(Galleri)는 단 한 번의 혈액검사로 50여 종의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2021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약 40만 건의 누적 검사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도 국립보건서비스(NHS)와 함께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검사를 활용하면 췌장암, 난소암 등 표준화된 선별 검사가 없는 암을 조기에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레일은 갤러리 검사를 내년 중 미국 FDA에 승인 신청할 계획이다.

●투자 포트폴리오 확대
삼성물산은 이번 투자를 통해 한국에서 갤러리 검사를 독점 유통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향후 싱가폴, 일본 등에서도 그레일과 협력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그레일의 기술력과 축적된 유전자 기반 암 조기진단 데이터를 삼성 헬스 플랫폼과 연계해 활용하는 전략적 협력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삼성 헬스 사용자에게 보다 혁신적 건강 관리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김재우 삼성물산 라이프 사이언스 사업 담당 부사장은 “삼성물산은 금번 투자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유전자와 AI가 융합된 기술 분야로 바이오·헬스케어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헌수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 헬스팀장은 “삼성전자의 디지털 헬스 플랫폼에 그레일의 임상 유전자 데이터, 기술력을 접목해 개인 맞춤화된 디지털 헬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팔 쿠마르 그레일 해외 사업 담당 사장은 “삼성의 이번 투자로 미국과 주요 시장에서 갤러리 검사의 보험 적용을 위한 주요 이정표 달성에 큰 도움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미국 DNA 분석 장비 기업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에 투자를 진행했고, 최근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를 인수한 바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공동 출자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미국의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 검사 기술 기업 C2N과, 미국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8호 펀드 등에 투자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