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앤더스 톨허스트(오른쪽)가 KBO리그의 ‘역수출 신화’로 불리는 텍사스 메릴 켈리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AP뉴시스·LG 트윈스 제공

LG 앤더스 톨허스트(오른쪽)가 KBO리그의 ‘역수출 신화’로 불리는 텍사스 메릴 켈리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AP뉴시스·LG 트윈스 제공



“그러길 바란다.”

텍사스 레인저스 선발 메릴 켈리(37)는 KBO리그 출신이다. 2015년부터 4년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활약한 그는 이 기간 119경기에 선발등판해 48승32패, 평균자책점(ERA) 3.86으로 활약했다. 한국에서 뛰기 전까지 마이너리그를 전전한 그는 이 경력을 내세워 2019년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했다. MLB 경력 없이 한국에서 뛴 외국인 선수도 드문데, MLB로 진출한 건 더욱 이례적이었다. 당시 SK 구단 관계자는 “켈리는 한국에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LG 트윈스의 우승 청부사 앤더스 톨허스트(26)도 켈리와 닮았다. MLB에서 뛴 적이 없다. 경력을 중시했던 LG가 그를 영입한 건 말 그대로 파격이었다. 심지어 LG는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8월 그를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LG의 외국인 선수 담당 스카우트로 일하는 부머 프린스틴은 “구단의 입장에선 MLB 경력이 없는 선수를 영입하는 게 분명 의외였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LG의 해외 스카우트 부머 프린스틴(왼쪽)과 제이슨 던이 지난달 30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S 4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대전|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LG의 해외 스카우트 부머 프린스틴(왼쪽)과 제이슨 던이 지난달 30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S 4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대전|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LG는 톨허스트의 잠재력에 승부를 걸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톨허스트는 올 시즌 8경기에 선발등판해 6승2패, ERA 2.86으로 활약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한화 이글스와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서 그를 1선발로 기용했다. 그는 KS 2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장식했다. 지난달 31일 5차전 선발로 나선 그는 7이닝 1실점 역투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또 다른 스카우트 제이슨 던은 “톨허스트를 영입한 건 굉장한 행운이었다. 우린 그의 경력보다 성장세에 주목했다. 그 가능성이 KS에서도 나타나 기뻤다”고 말했다.

경력이 차곡차곡 쌓인다면 톨허스트도 켈리를 잇는 성공 사례가 될 수 있다. 프린스틴과 던도 “톨허스트도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한국에서 자신감과 좋은 경력들을 쌓은 뒤, 언젠가 미국에 돌아가서도 잘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톨허스트는 “지금의 여정은 원래 내 계획에 없었지만,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매일 생겨난다.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KS 5차전에서도 내 모든 걸 쏟아 최고의 투구를 펼친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