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 도척면에 자리한 화담숲은 4000여 종의 국내 자생식물과 도입식물을 볼 수 있는 ‘숲’이다. 사계절 모두 좋지만, 역시 단풍이 주인공인 가을이 최고다. 경기 광주 | 양형모 기자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에 자리한 화담숲은 4000여 종의 국내 자생식물과 도입식물을 볼 수 있는 ‘숲’이다. 사계절 모두 좋지만, 역시 단풍이 주인공인 가을이 최고다. 경기 광주 | 양형모 기자



가을은 화담숲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 ‘멋’과 ‘예쁨’이 뚝뚝 떨어진다. 채도를 두 단계쯤 올린 것 같은 색감. 어디를 찍든, 무엇을 찍든, 자연이 보정한 사진을 얻게 될 것이다.

풀코스를 경험하고 싶다면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매한 뒤 곧바로 입장하지 말고, 입구 옆 독채 건물인 화담채를 둘러보며 워밍업하는 것을 추천한다. 모노레일 예약에 성공했다면 모노레일을 타고 2승강장에서 하차(3승강장까지 가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한 뒤, 내려오면서 화담숲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는다. 천천히 걸으면 딱 3시간 코스다. 오르막이 거의 없어 난도 0. 아이, 어르신 동반도 문제없다.
화담채의 미디어아트관. 4면의 대형스크린을 통해 화담숲의 사계절을 만날 수 있다

화담채의 미디어아트관. 4면의 대형스크린을 통해 화담숲의 사계절을 만날 수 있다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에 자리한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공익사업으로 설립·운영하는 수목원이다. 2013년 6월 1일 문을 열었다. 국내 자생식물과 도입식물 4000여 종을 볼 수 있는데, 550여 점의 분재도 귀한 볼거리다.
숲을 가로지르는 모노레일. 마치 숲속 야생동물처럼 보인다

숲을 가로지르는 모노레일. 마치 숲속 야생동물처럼 보인다


모노레일은 순환선으로 약 20분이 소요된다. 예매는 입장권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사전예약이 원칙. 워낙 인기가 많아 아이돌 콘서트 버금가는 클릭전쟁을 이겨내야 한다.
숲을 가로지르는 모노레일은 ‘타는 맛’도 좋지만 밖에서 ‘보는 맛’도 좋다. 두칸짜리 귀여운 모노레일이 조용히 숲을 지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은근하다. 심지어 ‘모노레일 포토스팟’이 따로 있을 정도다. 숲을 돌아다니는 야생동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2승강장에서 내려오는 길은 작은 정원들의 연속이다. 화담숲은 ‘숲’이면서 ‘정원’이다. 관람객의 편의를 최대한 돕지만, 딱 자연을 귀찮게 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다. 디테일에 놀랄 정도로 관람객의 편안한 관람을 배려하고 있지만, 자연과 마주치면 자연에 우선권을 준다. 자연 일방통행의 숲. 그래서 더 좋다.
붉게 물든 담쟁이넝쿨

붉게 물든 담쟁이넝쿨


벽의 담쟁이넝쿨마저 하나의 작품이 되는 곳.  원색의 나무, 잎, 꽃들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화담숲은 무채색, 물 빠진 색의 아름다움을 알려준다. 화장기 없는 자연의 생얼이 이렇게나 보기 좋은 줄, 솔직히 잊고 있었다.
화담숲은 작은 정원의 연속이다. ‘소나무 정원’으로 들어서는 관람객들

화담숲은 작은 정원의 연속이다. ‘소나무 정원’으로 들어서는 관람객들


화담숲은 자연을 감상하는 법도 조곤조곤 알려준다. 예를 들어 ‘소나무 정원’에 들어서면 ‘소나무 감상하는 법’ 안내판이 있다. 식물도감을 복붙해 놓은 듯한 내용이 아니다. “어떤 모습을 가진 소나무가 잘생긴 나무일까요?”라니. 더 읽지 않을 수가 없다.
멀리서 보면 관람객들도 숲의 일부처럼 보인다. 오른쪽은 모노레일을 위한 레일

멀리서 보면 관람객들도 숲의 일부처럼 보인다. 오른쪽은 모노레일을 위한 레일


분홍색 솜사탕을 연상케 하는 핑크뮬리

분홍색 솜사탕을 연상케 하는 핑크뮬리


화담숲은 ‘숲’이다. 화담숲을 식물원처럼 감상하는 것은 이 아름다운 숲을 80%쯤만 이해하는 것이다. 숲은 학습의 장이 아니라 느끼는 곳이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을 개방해야 한다. 온몸으로 숲을 받아들일 것. 숲의 일부가 되어 보길 희망할 것. 내가 숲을 감상하듯, 숲도 나를 감상할 수 있도록 자신을 열어 보길.

숲을 걷다 보면 관람객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간다. 사진을 찍어보면 안다.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숲과 사람들이 포함된 숲. 후자가 훨씬 더 예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유화같은 하경정원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유화같은 하경정원



거의 다 내려올 때쯤, 이 숲의 컬러감은 최대치를 보여준다. 셔터가 바빠진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맛이 제맛인 하경정원은 200년 전 귀족이 된 듯한 호사를 선물해 준다.

화담숲은 축제 중이다. 10월 24일 시작된 가을 단풍 축제는 16일까지 이어진다. 내장단풍, 당단풍, 네군도단풍 등 400여 품종의 단풍이 저마다의 붉은 숨결을 뱉어내는 시즌이다. 쾌적한 관람을 위해 하루 1만 명, 시간당 1000명의 입장 제한이 있다.

인공호수를 바라보며 막걸리에 전을 먹을 수 있는 ‘번지없는 주막’

인공호수를 바라보며 막걸리에 전을 먹을 수 있는 ‘번지없는 주막’


다 내려왔다. 수고한 허벅다리를 툭툭 치며 격려해주자. 입구 쪽 주막의 분위기도 굿. 작은 인공호수를 둘러싼 야외 테이블에서 막걸리, 전, 묵 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가격이 좀 올랐지만 꽈배기도 명물이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다면 화담숲에서 나와 곤지암 쪽의 식당을 이용해도 좋다.
곤지암을 대표하는 ‘최미자소머리국밥’의 국밥

곤지암을 대표하는 ‘최미자소머리국밥’의 국밥


곤지암의 명물 소머리국밥을 먹어야겠다면 최미자소머리국밥을 추천한다. 국물의 깊이, 고기의 부드러움과 넉넉한 양, 국내산 프리미엄 고춧가루의 힘이 느껴지는 김치. 한 그릇 1만5000원의 가치를 웃도는 맛이다. 

[여밤시] 여행은 밤에 시작된다. 캐리어를 열고, 정보를 검색하고, 낯선 풍경을 상상하며 잠 못 드는 밤. 우리들의 마음은 이미 여행지를 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경기 광주 | hmyang0307@donga.com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