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스널전을 위해 EPL 승격팀 선덜랜드는  홈구장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의 광고판을 그라운드 터치라인에 바짝 붙여 눈길을 끌었다. 평소보다 2m 이상 당겨진 광고판으로 인해 아스널은 평소 자랑하는 롱스로인을 거의 시도하지 못했다. 사진출처|EPL 중계화면 캡처

주말 아스널전을 위해 EPL 승격팀 선덜랜드는 홈구장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의 광고판을 그라운드 터치라인에 바짝 붙여 눈길을 끌었다. 평소보다 2m 이상 당겨진 광고판으로 인해 아스널은 평소 자랑하는 롱스로인을 거의 시도하지 못했다. 사진출처|EPL 중계화면 캡처


프로스포츠 감독들이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 있다. “우리팀이 먼저다. 우리의 플레이를 우선 잘해야 한다.” 맞는 얘기다. 그런데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이상을 해야 한다. 상대의 강점을 알고, 대처하는 것도 능력이다. 주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홈경기서 ‘거함’ 아스널과 드라마틱한 무승부를 거둔 선덜랜드가 그랬다.

9시즌 만에 EPL 무대에 복귀한 선덜랜드는 9일(한국시간)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아스널과 2025~2026시즌 정규리그 11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4분 터진 브라이언 브로비의 동점골로 2-2로 비겼다.

최근 2경기 연속 무승부와 함께 4경기 연속 무패를 질주한 선덜랜드는 승점 19로 상위권을 지켰다. 전반 36분 아스널 유스에서 성장한 센터백 대니얼 밸러드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선덜랜드는 후반 9분 부카요 사카와 후반 29분 레안드로 트로사르에게 연속 실점해 1-2로 끌려갔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시련을 견뎌냈고, 다시 EPL에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선덜랜드는 어마어마한 뒷심을 뽐냈다. 문전 왼쪽에서 밸러드가 백헤더로 넘겨준 볼을 브로비가 그림같은 바이시클킥을 성공시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선덜랜드에겐 환희, 우승 타이틀에 목마른 아스널에겐 재앙과 같은 결과였다.

특히 아스널은 승점 26으로 선두를 지키긴 했으나 리버풀을 격퇴한 맨체스터 시티의 강력한 추격을 허용하게 됐고, 클린시트(무실점) 기록도 9경기 만에 멈췄다. 연승 또한 10경기에서 제동이 걸렸다.

선덜랜드는 정말 치밀하게 이 경기를 준비했다. 전술적인 대비도 훌륭했는데, 그라운드에도 작지만 큰 변화(?)를 줬다. 경기장 A보드를 그라운드 터치라인에 바짝 붙인 것이다. 아스널이 자랑하는 롱스로인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영국 대중지 ‘더 선’에 따르면 아스널전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의 광고판은 다른 홈경기에 비해 7피트(약 2m13㎝)나 앞당겨졌다.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아스널 선수들은 도움닫기를 하지 못한 채 공을 던져야 했고, 당연히 위험지역으로 좀처럼 뻗어나가지 못했다.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은 공간 활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NFL(미식축구)와 NHL(미국아이스하키리그) 팀 전술을 인용하고, AI 기술까지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아스널은 프리킥과 코너킥, 스로인 등 ‘데드볼(공이 정지된 상태)’을 가장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팀으로 정평이 났다. 하지만 선덜랜드 원정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적어도 손을 사용하는 스로인을 통해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선덜랜드 돌풍을 일으키는 레지스 르 브리 감독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경기 후 영국 공영방송 ‘BBC’를 통해 “우린 경기에서 이기기 위한 세부 사항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A보드의 이동을 결정했다. (아스널의) 세트피스와 스로인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면서 “상대가 잘하는 건 우리에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우린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아스널 입장에선 불쾌한 ‘꼼수’로 비쳐지겠지만 선덜랜드, 또는 아스널과 경쟁하는 팀들에겐 아주 ‘유익한’ 전술이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