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복수 3파전 “피해자에서 가해자로”의 전환이 주는 카타르시스

사진제공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OTT가 ‘복수 3파전’ 양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비슷한 시기 출발선을 끊은 디즈니+ ‘조각도시’, 티빙 ‘친애하는 X’, 넷플릭스 ‘당신이 죽였다’가 그것.

화제성 조사기관 굿데이코퍼레이션의 펀덱스(funDEX)에서도 복수 코드를 품은 세 드라마의 호응을 엿볼 수 있다. ‘조각도시’의 지창욱과 ‘친애하는 X’의 김유정이 ‘화제의 인물’ 1·2위를 차지했고, ‘당신이 죽였다’의 이유미 역시 순위권에 오르며 맹추격 중이다.

지창욱은 ‘조각도시’에서 흉악 사건에 휘말려 억울하게 감옥에 들어간 뒤 사건을 조작한 배후를 좇아 복수를 실행해 나가는 캐릭터를 맡았다. ‘친애하는 X’의 김유정과 ‘당신이 죽였다’ 이유미는 모두 가정폭력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해가는 인물을 연기한다.

사진 | 티빙 ‘친애하는 X’ 캡처

세 작품 모두 OTT 시리즈라는 점, 피해자가 자신을 둘러싼 폭력적 사건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격에 나서는 ‘복수 서사’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같은 선상에서 비교된다.

이같은 OTT 복수극의 인기 요인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피해→응징으로 이어지는 단선적 구조의 액션물에서 벗어나 피해자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섬세하게 따라가는 방식이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복수극 3파전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 또다른 배경으로는 세 작품 모두 복수극이란 스릴러의 틀에서 출발했지만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간다는 점이다. 

‘조각도시’는 애초 영화에서 시리즈로 ‘재구성’되며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더욱 긴 호흡으로 바라보지만, 결국 범죄 액션물이 선사하는 장르적 카타르시스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다.

‘친애하는 X’는 초반 가정폭력의 주체인 아버지 죽음 이후 분노의 대상이 ‘사라지자’ 자기파괴적 선택을 하는 여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파멸 멜로’를 다룬다.

사진 | 넷플릭스 ‘당신이 죽였다’ 캡처

‘당신이 죽였다’는 가해자 처단을 넘어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이 연대하고 회복하는 ‘구원 서사’로 나아간다.

반면 폭력에 폭력으로 ‘맞불’을 놓는 이들 시리즈의 인기에 폭력의 미화란 일부 우려도 존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복수극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폭력이 반드시 옳은 수단으로 묘사되어선 안 되며 복수의 고통과 뒷감당 역시 극 안에서 함께 서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도덕적 회색지대를 시청자로 하여금 성찰하게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복수극의 순기능일 것”이라는 긍정적인 관점도 덧붙였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