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영입에만 엄청난 비용을 들인 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이번 시즌에는 무조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출처|아스널 페이스북

선수 영입에만 엄청난 비용을 들인 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이번 시즌에는 무조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출처|아스널 페이스북


아스널(잉글랜드)이 미켈 아르테타 감독 체제에서 선수 영입에만 들인 비용이 9억 파운드(약 1조6898억 원)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분석이 나왔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아스널은 크리스탈 팰리스로부터 에베레치 에제를 데려오면서 들인 6000만 파운드를 포함해 이번 여름 선수이적시장 지출이 2억5000만 파운드(약 4700억 원)를 넘겼다. 1억9000만 파운드에 6명을 영입했고, 에제가 가장 높은 몸값을 찍었다.

그런데 새삼스럽진 않다. 2019년 12월 아스널 지휘봉을 잡아 현재 프리미어리그(EPL) 현직 감독들 가운데 2번째로 오래 재임하고 있는 아르테타 감독은 앞선 3시즌 동안 모두 이적시장 지출 2위를 기록했다.

2025~2026시즌 이전 아르테타 감독은 5시즌 동안 이적시장마다 평균 8000만 파운드 이상 꾸준히 지출했는데 2021~2022시즌엔 총액 1억4300만 파운드, 2022~2023시즌엔 1억5900만 파운드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반해 이적시장에서의 수입은 실망스럽다. 앞선 5시즌과 이번 시즌까지 아스널의 선수 판매액이 5000만 파운드 이상을 기록한 것은 2차례 뿐이고, 나머지 4시즌엔 선수 총판매 금액이 3000만 파운드 미만에 그쳤다. 특히 역대 최고 이적수입은 2017년 알렉스 옥슬레이드-챔버레인이 리버풀에 입단하면서 창출한 3500만 파운드다. 아스널은 적어도 이적시장에선 ‘고객’ 역할에만 충실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번 여름 아스널은 선수 세일즈에도 적극 나서려 했다. 그런데 카이 하베르츠가 부상을 당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그나마 내년 1월 겨울이적시장까지 판매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아스널은 파비오 비에이라, 올렉산드르 진첸코, 라이스 넬슨, 야콥 키비오르 등을 현금 확보를 위해 매각할 수 있는 자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구단 재정 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다. 선수를 이적시켜 벌어들이는 수입은 적지만 최근 몇 년 동안 EPL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꾸준히 출전해 준수한 성적을 내면서 적잖은 수익을 챙겼다.

특히 경기 당일 방송 및 스폰서 수익이 크게 증가했는데 2022~2023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무려 1억5000만 파운드 이상 뛰었고 2023~2024시즌에는 UCL 성과로 방송 수익만 7000만 파운드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아스널은 EPL 내에서도 가장 탄탄한 상업 비즈니스 구조를 갖추고 있고 홈 관중의 충성도도 굉장히 높다. 이는 이적시장에서 들인 비용에는 미치지 못해도 EPL이 강조하는 수익 및 지속 가능성 규정(PSR)을 준수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게다가 아스널은 손실 일부를 ‘애드백’으로 청구할 수 있다. EPL과 클럽이 축구의 일반적인 이익에 부합된다고 인정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비용이다. 여기엔 경기장 인프라와 팬 중심의 커뮤니티, 여자축구와 유소년 개발 등에 대한 투자가 고려된다.

하지만 아스널은 쏟아부은 투자에 비례하는 성과가 더 간절하다.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는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아르테타 감독 체제에서 5시즌 동안 모든 대회를 통틀어 단 한 개의 트로피도 수확하지 못한 아스널 수뇌부도 서서히 인내심에 한계가 오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