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을  작가의 ‘파동(波動) 시선2 ’

김가을 작가의 ‘파동(波動) 시선2 ’



[스포츠동아 | 양형모 기자] 태안이 가까워질수록, 입 안에 바다 냄새가 고인다.

여행에는 늘 핑계가 붙는다. 이번 핑계는 전시다. 1월 8일부터 1월 23일까지 충남 태안군 태안읍 충남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리는 김가을 작가의 개인전 ‘보이지 않는 파동’. 충남문화관광재단이 운영하는 충남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릴레이전 가운데 하나다.

김가을 작가는 물을 다룬다. 정확히는 물이 남기는 흔적과 움직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물과 오일이 만나며 만들어내는 마블링 기법을 바탕으로 한 작품 열 점 남짓을 선보인다. 의도한 것과 우연히 생긴 이미지가 한 화면에 함께 놓인다. 동양 산수화에서 말해온 ‘물’의 관념을 현대적인 회화 언어로 풀어낸 작업이다.


종로타워, 세종문화회관, 천안시립미술관, 아산 배방온문화센터 등에서 이어온 전시 이력은 이 작가가 어떤 질문을 붙들고 있는지 보여준다. 전시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없다.

전시장을 나서면 다음 일정은 거의 자동이다. 차는 안면도로 향한다. 태안에서 안면도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거리’쯤 된다. 목적지는 딴뚝 통나무집. 올해로 44년째 간판을 달고 있는 집이다. 지금은 2대 사장이 주방을 맡고 있다. 2012년 안면도로 옮긴 뒤 ‘안면도 최초 게국지 식당’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식당 앞에는 직접 농사지은 호박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 집의 음식이 어떤 방향인지, 들어가기 전부터 힌트를 준다.

게국지는 김치에 게국을 넣어 끓이는 음식이다. 게국은 게를 넣어 삭힌 간장이다. 원래는 바닷가 집마다 있던 저장 음식에서 시작했다. 그러니 화려할 이유가 없다. 냄비에 담긴 국물은 빨갛지만, 첫맛은 의외로 차분하다.
태안 딴뚝 통나무집의 게국지                       태안=양형모 기자

태안 딴뚝 통나무집의 게국지 태안=양형모 기자



딴뚝 통나무집의 게국지는 자극을 앞세우지 않는다. 국물을 한 숟갈 뜨면 먼저 호박의 단맛이 나온다. 그 뒤에 게에서 나온 감칠맛이 따라붙고, 김치의 신맛이 마무리한다. 마치 셋이 회의를 거쳐 순서를 정해 놓은 것처럼 차례차례 등장한다. 입 안에서 서로 앞지르지 않는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입이라면 처음엔 “어?” 하고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하지만 의심하지 말자. 국물이 줄어들수록 맛이 또렷해진다. 요란하지 않지만, 쉽게 잊히지도 않는다. 이 지역에서 오래 먹어온 이유가 있다.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단맛이 튀지 않는다. 끝맛이 가볍다. 숟가락을 내려놓고 나서도 입 안이 시끄럽지 않다. 배부른데 부담은 적다. 게국지는 바닷가의 생활사를 한 냄비에 담아낸 음식에 가깝다.

태안에서 전시를 보고, 안면도에서 게국지를 먹고 돌아오는 하루. 공연이나 전시를 중심에 두고,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는 ‘공연한 여행’의 하루 스케줄로 딱이다. 전시장과 냄비 사이, 그 짧은 거리가 태안을 기억하게 만든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