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인공지능이 업무 실행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시대에 창업가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문제를 선명하게 정의하는 힘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시장 조사부터 기획안 초안 작성까지 대신하면서 실행의 문턱은 낮아졌다. 누구나 비슷한 도구로 그럴듯한 결과물을 내놓는 환경에서는 단지 빨리 만드는 능력보다 고객과 시장의 신호를 정확히 읽어내는 안목이 창업가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

도서출판 인사이트가 출간한 ‘해상도를 높여라’는 창업가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설계하는 사고법을 다룬다. 저자 우마다 다카아키는 이를 ‘해상도’라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깊이, 넓이, 구조, 시간이라는 네 가지 시점을 제시한다.

깊이는 문제의 본질을 파고드는 힘을 의미하며 넓이는 고객과 시장 환경을 함께 조망하는 능력이다. 구조는 여러 요소의 관계와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힘이고 시간은 현상 너머의 변화 양상과 가능성을 읽는 시야를 뜻한다.

이 네 가지 시점을 갖춘 창업가는 아이디어의 겉모습에 매몰되지 않는다. 지금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부터 왜 지금 이 시점이어야 하는지까지 면밀하게 따져볼 수 있게 된다. 책은 판단을 구조화하는 48가지 프레임을 통해 막연한 고민을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꿔준다.

창업은 정답 찾기가 아니라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에 가깝다. 좋은 문제를 발견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에 딱 맞는 해결책을 설계해 고객이 실제 가치를 느끼게 구현할 때 비로소 사업이 성립한다. 48프레임은 창업가의 사고 빈틈을 줄여주는 기준 역할을 한다.

저자 우마다 다카아키는 도쿄대학 산학협창추진본부 디렉터로 활동하며 스타트업 지원과 기업가 교육에 힘쓰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친 이력을 바탕으로 창업 지망생들에게 실질적인 조언과 정보를 전한다.

실행이 빨라질수록 무엇을 만들고 어디에 집중할지 결정하는 판단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빠르게 움직이되 그 노력이 실제 해결해야 할 과제와 정확히 맞닿아 있는지 점검하고 싶은 창업가들에게 이 책은 선명한 이정표를 제공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답을 써주는 세상이라지만 결국 어떤 질문을 던질지 결정하는 것은 창업가의 해상도에 달려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