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 피플] 노승권 대표이사 “이기는 경영, 이창호 9단에 한수 배웠어요”

입력 2016-11-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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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바둑을 접목시켜 한국물가정보 KPI출판그룹의 성장을 이끈 노승권 대표. 노 대표가 들고 있는 종합물가정보지는 1970년에 창간된 국내 최초의 물가전문지이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한국물가정보 KPI출판그룹 노 승 권 대표이사

한국물가정보배 창설한 바둑 마니아
온라인서점 ‘데이 바이 북’ 직접 운영
“요즘 같을 땐 두 집 반이면 이긴 사업
꿈? 구성원들 돈 더 갖게 하는 거죠”

“바둑에서 경영의 한 수를 배웠습니다.”

한국물가정보 KPI출판그룹의 노승권(44) 대표이사는 열렬한 바둑 마니아로 유명하다. 2005년 당시 차장 신분으로 한국물가정보배 프로기전 창설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노 대표 자신이 “한국물가정보배와 함께 성장해 왔다”고 말할 정도다. 노 대표의 기력은 아마추어 5단 수준. 프로기사에게 넉 점을 버티는 수준이다.

사단법인 한국물가정보는 1970년 모든 분야의 물품에 대한 공신력있는 가격정보를 쉽고 빠르게 제공하여 한국경제의 한 축인 물가안정에 일조한다는 사명감으로 최초의 물가전문지를 창간했다. 2000년에는 정보화 시대에 발맞추어 인터넷 물가전문 포털사이트를 구축해 매월 25만여 품목의 물가정보와 적산정보 데이터베이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이 사이트는 경제분야 국내 10대 사이트 중 하나이다.

노 대표는 2015년 1월 대표이사에 취임하기 이전부터 출판사업에 집중해 왔다. 덕분에 물가정보를 담은 월간지로 시작했던 한국물가정보는 현재 산하에 11개의 출판 브랜드를 보유한 출판그룹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11개 브랜드는 경제, 경영, 교양, 인문, 문학을 망라한다. 이중에는 당연히(?) 바둑 출판브랜드도 있다.

CEO들 중에는 바둑을 경영에 접목한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접목의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노 대표도 마찬가지다.

노 대표는 “CEO는 공부가 되어 있어야 한다”며 “이는 바둑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사업의 추진은 동기와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란 얘기. CEO는 끊임없이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공부와 연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바둑을 둘 때 초반 포석에서 망하면 역전을 시켜야 하고, 결국 바둑 한 판을 힘들게 두어야 한다. 하지만 공부가 되어 있으면 공격을 할지, 집바둑을 두어야 할지 그림을 그리기가 쉬워진다”.

모두들 “출판계가 어렵다”라고 한숨을 쉴 때 노 대표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였다. 최근 론칭한 온라인서점 ‘데이 바이 북’이 대표적이다. 도서정가제로 온라인서점, 유통업체의 프로모션 길이 막히고 독자들의 도서구입이 줄어들고 있지만 노 대표는 “어려울수록 정공법으로 간다”며 돌파구를 열고 있는 것이다.


● 이창호 9단에게 ‘무리하지 않고 이기는 법’을 배우다

노 대표는 한국바둑계의 영원한 스타인 이창호 9단과 개인적인 친분이 깊다. 그래서인지 노 대표는 “이창호 9단에게 배운 게 많다”고 했다. 예를 들면 무리하지 않고 이기는 법. 전성기의 이창호는 그야말로 두면 이겼다. 이창호에게 패한 기사들은 “무슨 수를 잘못 둬서 졌는지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졌으면 패인이라도 알아야 할 텐데 이창호와 두면 왜 졌는지도 모르게 졌다는 것이었다. 노 대표도 궁금했다. 사석에서 기회를 봐 슬쩍 물었다.

“이창호 9단은 이미 자신이 이기는 것으로 계산이 끝나 있었다고 하더군요. 바둑은 100집을 이기든 반집을 이기든 똑같은 1승이지 않습니까. 이겼다고 결론이 난 바둑을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죠.”

노 대표는 무릎을 쳤다고 한다. 경영도 크게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경제가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 노 대표는 “요즘같은 상황에서는 두 집 반 정도만 남기면 이긴 사업”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한국물가정보가 새롭게 시작한 온라인 서점 ‘데이 바이 북’은 이창호 스타일 경영의 산물인지도 모른다.

노 대표에게 ‘젊은 CEO로서의 비전’에 대해 물었다. 노 대표는 “꿈은 소박하다. 우리 회사 100여 명의 구성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는 것, 그리고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좀 더 멀리 보자면 한국물가정보 KPI출판그룹이 10년 안에 온라인 회사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여기에 개인적인 소망이 하나 있다. 프로야구팀같은 프로바둑구단(기단)을 창단하고 싶다.

방향을 아는 CEO의 꿈은 꿈을 넘어 비전이 되고 현실이 된다. 이창호의 바둑과 노 대표의 경영이 만나 시너지를 이룬다면 한국물가정보는 확실히 ‘이기는 회사’가 될 것이다. 경영이란 이름의 바둑판 앞에 앉아 장고에 빠져 있던 노 대표의 손이 바둑통 속으로 쑥 들어갔다. 그의 다음 착점은 과연 어디가 될 것인가.


● 노승권 대표


▲1972년 서울 태생 ▲대일외국어고등학교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및 언론정보대학원 ▲고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1998년 한국물가정보 입사 ▲2015년 한국물가정보 대표이사 취임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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