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욱 기자의 머니게임] 시중은행 긴장시킨 ‘메기 효과’ 절반의 성공

입력 2018-07-3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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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의 주거래 우대 자유적금(위쪽)과 카카오뱅크가 출범 1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한정판 체크카드. 출범 1주년을 맞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2호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메기 효과를 이어갈지 미꾸라지로 전락할지 기로에 서 있다. 사진제공|케이뱅크·카카오뱅크

케이뱅크의 주거래 우대 자유적금(위쪽)과 카카오뱅크가 출범 1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한정판 체크카드. 출범 1주년을 맞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2호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메기 효과를 이어갈지 미꾸라지로 전락할지 기로에 서 있다. 사진제공|케이뱅크·카카오뱅크

■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1년을 돌아보며…

시중은행 금리 낮추고 디지털뱅킹 붐
차별성 사라지자 미꾸라지 전락 우려
지난해 당기순손실 경영건전성 문제
최근 은산분리 완화 움직임에 새 희망


지난해 4월과 7월 각각 문을 연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2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두 은행의 1년간 행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모바일 기반의 간편 플랫폼을 통해 금융권 혁신을 주도했다는 호평이 있는 반면, 적지 않은 당기순손실을 바라보며 경영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 시중은행 긴장시킨 ‘메기 효과’


인터넷전문은행은 첫 등장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케이뱅크는 출범 100일 만에 가입자 수 40만명과 수신(예·적금액) 6100억원, 여신(대출) 6500억원을 달성하며 연간 목표치를 돌파했다. 두 번째로 등장한 카카오뱅크는 파급력이 더 컸다. 같은 기간 가입자 400만명과 수신액 4조200억원, 여신액 3조390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1년 간 가파른 속도로 성장했다. 케이뱅크는 3월말 기준 가입자 71만 명과 수신 1조2900억원, 여신 1조300억원을 올렸다. 카카오뱅크는 22일 기준 가입자 633만 명, 수신 8조6300억원, 여신 7조원을 달성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초반 약진에 시중은행들은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각 시중은행이 모바일 플랫폼에 집중하면서 금용가에 디지털뱅킹 붐이 일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예금금리는 높게 대출금리는 낮게 제공하자 시중은행들도 재빨리 금리를 조정했다. 수족관에 메기를 풀어 놓으면 다른 물고기들이 이를 피하려고 더 빨리 움직이는 것처럼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전체가 더 높은 잠재력을 발휘하는 ‘메기 효과’가 가시화 된 것이다.


● “미꾸라지로 전락” 비판도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의 발 빠른 대응으로 격차는 점점 사라져갔다. 특히 시중은행과 대출금리 차이가 없어져 금융 소외 계층을 지원한다는 본래의 도입 취지가 사라지면서 기존 은행과 다를 바 없는 미꾸라지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출범 초기부터 우려가 나왔던 ‘은산분리’ 규제가 큰 난제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장벽에 가로막혀 자본 확충에 제동이 걸려 있다. ‘은산분리’ 규제는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최대 10%,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지분비율에 맞춰 증자를 진행하는 만큼 주주 간 협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실제로 케이뱅크의 경우 20여 개로 나눠진 지분 구성 탓에 증자에 애를 먹고 있다. 12일 총 15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진행했지만 보통주 지분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전환주 300억원만 납입됐다. 결국 증자 불발로 인한 자본 부족은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낳았고, 이는 다시 실적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각각 837억원, 104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교두보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 은산분리 완화 움직임, 장밋빛 미래 펼쳐지나

그나마 최근 다행인 것은 은산분리 완화 특례법 제정이 급물살을 타는 등 숨통을 틔어질 기미가 보인다는 점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3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뱅크 사옥에서 열린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를 활성화하려면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을 조속히 입법해야 한다”며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국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맞춰 카카오뱅크는 앞으로 1년 간 누적된 고객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중·저신용자의 금융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대출 상품을 확대할 방침이다. 케이뱅크도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앱 기반 간편결제, 기업 수신 상품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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