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10년만에’ 이재용 삼성 회장 승진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인재와 기술이 가장 중요한 가치
미래기술에 우리의 생존 달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 ‘이재용 시대’가 막을 올렸다. 2012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10년 만으로, 이 회장이 추구하는 ‘뉴 삼성’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별도의 취임식 없이 예정대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 공판을 마친 이 회장은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며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설 때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4% 급감했다. 글로벌 대외 여건 악화 속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강력한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 이사회의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취임사를 대신해 이 회장이 사내게시판에 올린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글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내용은 25일 고 이건희 회장 2주기 추모식 후 사장단과 만나 밝힌 것이다.

이 회장은 “이건희 회장님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기 때문”이라며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인재, 기술, 사회적 책임 강조


이 회장이 구상하는 ‘뉴 삼성’에 대한 비전도 엿보인다. 먼저 인재와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다.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한 창의적인 조직문화 구축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며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면서도 상황 변화에 유연하고, 우리의 가치와 질서를 존중하면서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 나아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미래의 삼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 제가 그 앞에 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