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뮤지컬극장볼거리‘가득’

입력 2008-01-11 09: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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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마지막 방문지 영국, 런던에 왔다. 수첩에는 웨스트엔드에서 볼 작품 리스트가 빼곡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부터 ‘더티 댄싱’ ‘반지의 제왕’…. 요즘 런던에는 지난해 7월 개막한 뮤지컬 ‘요셉과 놀라운 색동옷(Joseph and the amazing technicolor dreamcoat)’이 단연 화제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TV 리얼리티 쇼를 통해 주연 배우를 공개 오디션해서 마치 ‘아메리칸 아이돌’ 처럼 시청자들이 투표로 배우를 직접 뽑았다.》 펍 시어터, 맥주 팔고 공연도 팔고 뮤지컬 제작자로서는 실력이 검증된 신인을 발굴할 수 있고, TV 오디션을 통해 무명 배우를 일약 인지도 높은 대중 스타로 만들어냄으로써 웬만한 스타 캐스팅을 능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데다 작품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오랜 방송 노출을 통해 사전 홍보 효과도 엄청나게 거둔 셈이었다. 실제로 그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 스타로 떠오른 주인공 요셉 역의 리 매드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뮤지컬 ‘요셉과…’가 공연되는 극장 앞에는 매일 밤마다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마지막에는 리 매드가 마치 콘서트장 가수들이 간혹 그렇듯 발판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관객의 위치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이때 객석 반응은 그야말로 콘서트를 방불케 할 만큼 환호로 가득 찼다. ‘요셉과…’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인 요셉의 이야기를 뮤지컬계의 황금 콤비로 불리는 웨버(작곡)와 팀 라이스(작사)가 손잡고 만든 작품인데 뮤지컬 팬들에게는 ‘휘슬 다운 더 윈드’와 ‘애니 드림 윌 두’ 같은 노래로 유명한 뮤지컬인데 이번에 웨스트엔드에 와서 가장 재밌게 본 작품 중 하나다. 반면 가장 실망한 작품은 ‘반지의 제왕’이었다. 역시 지난해 웨스트엔드에서 선보인 신작인데 그 유명한 피터 잭슨 감독의 3부작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이곳에서도 기대가 컸는지 웨스트엔드 가장 중심가에 있는 화려한 공연장에서 공연 중이었다. 스펙터클한 무대, 화려한 조명과 의상은 감탄을 자아낼 만했지만 지나치게 긴 스토리(3시간!)에 스펙터클만 강조하다 보니 정작 내용은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화려하지만 맛은 없는 뷔페 요리 같다고나 할까. 오랜 여정의 피로가 객석으로 몰려왔던지 나도 모르게 그만 옆에 앉은 관객들과 나란히 ‘동침’을 해버렸다. 사실 이렇게 큰 공연장만 다니면 웨스트엔드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다. 뉴욕에도 브로드웨이와 오프 브로드웨이, 그리고 오프오프 브로드웨이가 있듯 런던에도 웨스트엔드(WE)와 오프웨스트엔드(O-WE), 그리고 프린지(FR)로 구분된다. 웨스트엔드는 100% 상업 공연이 밀집된 코벤트 가든에서 피카딜리 광장 주변의 공연장들을 말하고 그 외를 통틀어 오프 웨스트엔드라고 한다. 오프 중에서도 특히 저예산이나 소규모 실험극을 하는 아주 작은 극(대략 100석 미만)은 프린지라고 한다. 프린지는 우리로 치면 대학로와 비슷하다. 프린지의 극장들은 골목 구석구석에 있는데 심지어 펍 안에 있는 공연장도 있다. 우리식대로 하면 동네 호프집 2층에 공연장이 있는 셈인데, 이곳에서는 펍 시어터라고 부른다고 했다. 호기심에 펍 시어터에서 하는 공연을 보러 갔는데 마침 그날은 영국 축구팀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펍 안에는 맥주를 마시며 소리 지르는 손님으로 가득했다. 훌리건 같은 모습을 보면서 ‘여기서 공연을 하는 게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어쩔 수 없이 옆에서 함께 응원하며 공연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박지성 선수 얘기를 나누다가 공짜 맥주 세 잔을 얻어 마시기도 했다). 잠시 후 공연시간이 되자 맥주를 팔던 직원이 벨을 울리며 연극 볼 손님들은 2층으로 입장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훌리건 같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들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재미있는 것은 프린지 극장의 티켓 판매원들은 하나같이 여자는 모델처럼 예쁘고 남자는 잘생겼다는 점이다. 농담 삼아 공연장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이들은 배우인데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삼아 티켓 판매를 하는 거라고 했다. 대학로 배우든, 프린지 배우든 어디를 가나 무명 배우의 삶이 고달프긴 마찬가지였다. 유경숙 공연기획자 prniki1220@hotmail.com 할인티켓 안 속으려면 런던 도착 3일째. 가게마다 너도 나도 ‘최선의 가격(Best Price)’ ‘반액 할인’(Half Price Ticket!)을 내걸고 있는 통에 대충 비슷하겠거니 하고 아무데나 들어갔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볼 참이었는데, 주인이 내 모습을 보고 싱글 여행객임을 눈치 챘는지 ‘반값 티켓’이 딱 한 자리가 남았다고 했다. 21.5파운드. 다른 곳과 비슷한 것 같아 흔쾌히 돈을 지불하고 공연장엘 가 봤다. 그런데 이상했다. 다른 경우 이 정도 가격이면 1층 괜찮은 좌석이어야 할 텐데 그랜드 서클(3층)의 끝줄에서도 맨 구석 자리였다! 분해서 확인해 보니 공연장에서 파는 빌리 엘리어트의 티켓 가격은 제일 싼 좌석이 17.5파운드, 가장 비싼 티켓이 60파운드였다. 반값 할인 티켓 부스에서 산 내 티켓은 반값이 아니라 정가를 다 주고 산 거였고 거기에 할인부스 수수료 4파운드까지 더 냈으니 비싸게 주고 제일 안 좋은 좌석을 샀던 거다. 요즘 런던 시내에는 이런 반값 티켓 부스가 독버섯처럼 많아 어떤 티켓 부스가 진짜고, 어떤 게 바가지 상술인지 여행객들은 구분하기 힘들다. 특히 이런 곳에서 사는 티켓은 정가를 표시하지 않는다. 웨스트엔드 온 김에 뮤지컬이나 한 편 보려는 평범한 여행객들이 ‘봉’인 셈이었다. 그럼 어떤 할인 부스가 진짜일까? 관광가이드북 등을 통해 많은 사람이 반값 티켓을 사려면 레체스터 스퀘어의 할인부스(TKTS)로 가야 한다는 것은 이제 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 가보면 10개가 넘는 할인부스가 있고 심지어 팻말을 들고 호객행위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곳들은 모두 공식 TKTS가 아니라 말하자면 ‘짝퉁’이다. 이런 곳일수록 ‘추가 할인(Plus 10% DC)’등의 문구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런던공연장협회가 운영하는 공식 TKTS는 번화한 광장 한복판 시끄러운 공원을 옆으로 돌아 남쪽으로 가야 나온다. 진짜 TKTS는 늘 한산하다. 공식 TKTS는 월∼토 오전 10시∼오후 7시, 일요일 낮 12시∼오후 3시까지 운영하는데 인터넷(www.tkts.co.uk)으로 먼저 당일 구매 가능한 공연 목록을 찾아보고 가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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