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늑장보도’반성없는방송

입력 2008-02-18 09: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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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초기에 반짝 속보… 불길 본격 번질땐 영화-쇼 방영 미디어포커스 “KBS는 졸속 개방에 강력비판” 자화자찬 KBS 1TV ‘미디어 포커스’가 16일 숭례문 화재와 관련한 KBS의 늑장 보도에 대해 “화재 초기에는 틈틈이 속보를 전했는데 밤 12시 이후 불이 본격 붙기 시작했을 때 제대로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시청자 사이에서는 사과는 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 포커스는 또 첫 보도가 YTN이나 MBC보다 늦었는데도 오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KBS는 두 차례의 속보를 전한 반면 MBC와 SBS는 한 번도 없었다며 KBS를 두둔하기도 했다. ○ KBS 첫 보도, YTN과 MBC보다 늦어 숭례문에 화재가 발생해 무인경보기가 울린 것은 10일 오후 8시 47분. 케이블 뉴스채널 YTN이 오후 9시부터 맨 먼저 현장을 중계했다. MBC는 오후 9시 23분 ‘뉴스데스크’에서 지상파 3사 중 가장 빨리 화재 현장을 연결해 현장 화면과 리포트를 1분여간 내보냈다. KBS는 10여 분이나 늦은 9시 37분에 ‘뉴스 9’를 통해 현장 화면과 보도를 내보냈다. SBS는 9시 54분에 3분간 속보를 방영했다. 지상파 3사는 이후 밤 12시 넘어 숭례문 붕괴 직전까지도 드라마와 영화, 쇼 등 정규 방송을 중단하는 ‘본격 특보’ 체제를 편성하지 않았다. ○ KBS ‘본격 특보’도 가장 늦어 KBS는 1TV에서 드라마 ‘대왕 세종’이 끝난 10시 31분에 3분간 속보를 냈다. 이때는 불길이 잡히지 않아 소방 당국이 화재 비상 2호를 발령한 상황이었다. KBS 1TV는 이후 다큐멘터리 ‘하늘에서 본 대한민국’이 끝난 11시 33분에 다음 속보를 내보냈다. 그 20분 전에 숭례문 현판이 떨어졌는데도 정규 방송을 계속했던 셈이다. KBS는 이후 정규 프로그램인 ‘KBS 스페셜-인사이트 아시아’를 내보냈고 1시간 뒤인 11일 0시 35분에 다시 속보를 내보냈다. 이때는 숭례문 누각이 화염에 휩싸였는데도 KBS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지 않고 짧게 보도한 뒤 0시 40분경 ‘명화극장-올리버 트위스트’를 방영했다. KBS는 이 영화가 17여 분 나간 0시 57분에서야 ‘본격 특보’를 시작해 지상파 3사 중 가장 늦게 특보 체제로 들어갔다. 이날 KBS 2TV에서는 교양과 오락을 섞은 ‘비타민’과 조선시대 연애소설 제작자와 판매상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음란서생’ 등이 이어졌다. MBC는 ‘너나들이 플러스’를 끊고 11일 0시 1분에 속보를 내보낸 뒤 같은 프로그램을 계속 방영 하다가 0시 40분에 본격 특보를 시작했다. SBS는 11일 0시 15분에 현장을 연결해 속보를 낸 뒤 영화 ‘페이첵’을 방영하다가 0시 51분에 영화를 중단하고 본격 특보 체제로 들어갔다. ○ KBS, 엉뚱한 ‘자화자찬’ 미디어 포커스는 16일 방송에서 숭례문 개방 때 화재 등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책임론을 매체들이 거의 언급하지 않은 반면 KBS는 안전 대책 부재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했으나 이 또한 ‘자화자찬’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디어 포커스는 이날 “KBS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서울시장 시절) 개방을 추진할 때 안전 대책이 없었던 점을 지적하면서 강하게 비판했다”고 전했다. 미디어 포커스는 그 근거로 “충분한 안전 대책 없이 시민 개방을 서두른 서울시의 졸속 행정도 비판받고 있다”는 KBS 1TV ‘뉴스 9’(12일 방송)를 들었다. 하지만 뉴스 9가 제기했던 서울시 책임론은 여러 매체가 거론한 것이다. 본보는 11일자에서 “숭례문이 개방된 뒤 방화나 훼손을 감시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했는데도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11일자에서 “서울시가 문화재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숭례문에 대한 치밀한 방재시설을 확보하지 않고 개방했다”고 했다. SBS도 11일 ‘8 뉴스’에서 “문화재청을 설득해 숭례문을 개방한 서울시가 안전 대책은 준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 누리꾼 “공영방송 맞나” 숭례문 화재가 발생한 10일 인터넷에서는 “국보 1호가 불타고 있는데 영화나 한다. 공영방송 맞나”(김병주)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채널을 2개나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 순간에 영화를 보여 줄 수 있나”(정문주) 등 공영방송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16일 방영된 미디어 포커스에 대해서도 “KBS는 화재 속보를 잘 전달했고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늑장 보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유상우)는 비판이 나왔다. 한편 본보는 12일자에서 KBS MBC가 화재 당일 메인 뉴스에서 현장 화면을 내보내지 않았다고 했으나 현장 화면을 잠깐 중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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