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정치가가까워지면불행한이유

입력 2008-02-22 09:18:42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04년 3월 대통령 탄핵으로 권한이 정지된 두 달 동안 방송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아수라장이 된 국회의 모습을 보여 주며 국민에게 국회에 대한 불신과 정국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했다. 한국언론학회 연구팀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3월 12일부터 9일 동안 관련 뉴스를 KBS는 318건, SBS는 304건, MBC는 355건을 다뤘다. 바로 그 방송이 대선 당일 이명박 당선인의 드라마틱하고 성공적인 삶을 조명하는 일대기를 방영하자 시중에는 ‘지나친 용비어천가’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방송의 이런 보도 행태는 해바라기 방송과 정치의 공생관계를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다. 새 정부 출범 후에는 정치와 방송이 손을 잡아서는 안 된다. 방송의 독립적인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선 우선 정권의 방송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방송을 정권의 전리품쯤으로 생각하고 방송위원회, 방송사 집행부, 이사회를 장악해 방송을 정권의 선전홍보 기관으로 활용하려는 발상은 역사의 뒤안길에 묻어야 한다. 동시에 방송인들이 잘못된 방송 관행을 떨치고 일어나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로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다.선진화를 내걸고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로부터 방송과 정부의 유착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순리이다. 정권 홍보보다는 방송이 국민의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문화의 선진화에 더 큰 비중을 두고 보도하는 것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건국 이래 방송이 역대 정부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시계추처럼 흔들리며 정부 선전과 홍보에 지나치게 봉사하면서 국민의 통합보다는 이념적 편 가르기와 분열을 조장한 면이 있었다. 방송 콘텐츠 확보도 심각한 문제다. 지상파부터 케이블, 위성, 이동수신 방송, 그리고 인터넷TV(IPTV)에 이르기까지, 5세대까지 발전한 하드웨어에 담을 콘텐츠 수요는 세계적으로 폭발하고 있다. 세계를 하나로 묶는 큰 그릇은 마련되어 있지만 그 속에 담을 프로그램이 없는 형국이다.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가장 큰 성장 동력이 될 디지털콘텐츠 사업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동시에 방송의 정상화는 방송 내부에서도 시작돼야 한다. 방송의 핵심인 편성과 제작, 그리고 송출체계를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방송의 제자리 찾기가 가능하다. 적어도 공영방송만이라도 시청률을 높이고 광고를 유치하기 위한 편성 방식을 버려야 한다. 오락만을 편성하고, 과학, 경제, 문화 등은 뒷전으로 돌리는 방송인의 의식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 민족주의적인 내용으로 세계화 추세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국민을 편협한 세계관에 머물게 하는 보도와 제작도 바뀌어야 한다. 방송의 송출 체제 부문의 혁신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첨단 방송통신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공영 방송사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면서도 각 방송이 독자적인 송출 시스템을 고집하는 것도 큰 문제다. 방송사 간의 합의를 통해서 통합 운영한다면 국민의 준조세적 추가 부담도 덜고 방송사의 적자 운영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내셔널 미디어에서 글로벌 미디어로 전환할 시점에 와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방송의 공공성과 산업의 논리로 무장한 세력들이 서로 열을 올리며 논쟁을 하는 시대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이제 며칠 뒤면 이명박 정부가 탄생한다. 이 정부에서만큼은 방송과 정권의 유착이 사라지고, 방송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매체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흥수 연세대 명예교수 전 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