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가 본업인 여배우들이 ‘부업’인 CF에 발목이 잡혀가고 있다. 노출 연기 등 ‘파격적인 변신’을 가능케 하는 연기파 배우로 우뚝 서느냐, 아니면 CF로 고액의 계약금을 얻고 기존의 이미지를 탄탄히 지킬 것이냐. 여배우들의 고민이 크다. 정상급 여자 연예인의 영화 개런티는 대체로 3억 5000만원에서 4억원선. 하지만 CF출연료는 그 몇 배에 달한다. 지난해 영화 ‘용의주도 미스신’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한예슬은 최근 6개월 동안 CF로 약 20억원에 달하는 수입을 올렸다. 이영애는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후 연기 활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매년 수십억원의 CF 모델료를 챙기고 있다. 전지현의 세련미, 이영애의 지적인 느낌, 이나영의 청순함 등은 대부분 CF를 통해 얻은 이미지였다. 하지만 캐릭터가 강하거나 노출 연기가 필요한 작품은 이 같은 이미지와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해피엔드’의 전도연과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처럼 ‘노출 연기’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으로 작품과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 여배우는 몇 되지 않는다. 최근 몇몇 영화의 여배우 캐스팅 사례는 그 극명한 증거다. 영화 ‘박쥐’는 기획 단계부터 영화계 안팎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세계적인 유명 감독 박찬욱, 충무로 캐스팅 1순위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영화라는 점에서 이들과 함께 호흡을 여배우가 누구일 것이냐는 당연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박쥐’는 여배우 캐스팅에 상당한 애를 먹었다. 불륜과 치정, 복수를 그리며 여주인공 파격적인 노출 장면을 담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촬영 시작을 겨우 한 달 앞둔 지난 2월 중순에서야 김옥빈이 여주인공으로 확정됐다. 유하 감독의 새 영화 ‘쌍화점’도 주진모와 조인성을 캐스팅해놓고 노출 연기가 필요한 여주인공을 찾느라 고생 끝에 송지효를 캐스팅했다. 영화는 상당한 수위의 정사신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져 상당수 여배우들이 출연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여배우에게 노출 연기는 큰 부담이다. ‘바람난 가족’,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등에서 노출 연기를 선보인 문소리가 “사람들 앞에서 제정신으로 옷을 벗기는 힘들다. 스스로 당당하자고 계속 다짐했다”고 말할 정도다. 매니지먼트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CF가 주 수입원이 됐다. 섣불리 노출 연기를 했다고 광고 떨어지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고 말해 여배우들의 선택에 관한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다. 스포츠동아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