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꾸는사람들]조승희“하루종일웃길생각”내무대는언제쯤…

입력 2008-03-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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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개그맨 조승희(26)는 2006년 10월25일 밤을 잊지 못한다. 보조 진행을 하던 국악 프로그램의 녹화를 마치고 광주 MBC를 나선 그는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마중나온 친구들을 뒤로 하고 광주를 빠져나올 때 눈물이 흘렀다. 뭔지 모를 두려움이 앞섰지만 그 때는 자신이 있었다. 서울만 가면 금방이라도 ‘개그콘서트’에 출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버스 안에서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개그 코너를 구상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날 누구에게 먼저 전화할까.’ 순진했고, 순진했기 때문에 용감했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밤 12시.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말을 되뇌이고 또 되뇌었다.》 ○3분 노래하고 7분 떠들던 보컬리스트 중학교 시절부터 소풍과 체육대회의 사회는 언제나 조승희의 몫이었다. 사람들이 자신를 바라보고 웃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밴드를 만들었다. 보컬을 맡았지만 노래를 부르는 것 만큼이나 무대에서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았다. 전남대 수학과에 진학해서는 아예 레크리에이션 진행자로 나섰다. 학교 오리엔테이션의 진행을 맡은 것은 물론 다른 학교 축제에까지 불려가서 사회를 봤다. 방송국과 맺은 인연은 복수전공으로 선택한 신문방송학과의 현장실습 덕분에 시작됐다. 광주 MBC에서 FD를 하다 음식 프로그램의 패널로 출연했다. 실습기간이 끝났지만 국악 프로그램의 보조 진행 제의가 왔다.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는 것 같아 자신감이 충만했던 시절이었다. 그 무렵 서울로 올라갈 결심을 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안녕하세요! KBS 공채개그맨 조승희입니다.’ 자취방 벽에 가장 먼저 붙여놓은 문구. 언젠가 이렇게 인사할 날이 올 거라 믿었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용기를 주는 문구들을 하나씩 벽에 붙여 나갔다. 방 한가운데에는 ‘개그콘서트’의 무대 사진을 붙였다. ‘언젠가 저 무대 위에 설 날이 오겠지.’ 하지만 그해 겨울, 세 방송사의 개그맨 공채시험을 치렀다. 모두 최종 단계에서 떨어졌다. 자신보다 훨씬 오래 준비하고도 합격하지 못한 수많은 연습생들을 보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잃어갔지만 꿈은 결코 버리지 못했다. 짧고도 길었던 1년이 지나고서야 꿈에 그리던 KBS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부모님이 계신 전라북도 고창에 5개의 플래카드가 붙었다. ‘KBS 23기 공채 개그맨 조승희’, 언젠가 이뤄지리라 믿었지만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은 스스로도 짐작하지 못했다. ○언젠가 무대에 오를 그날을 위해 개그맨이 됐지만 아직 ‘개그콘서트’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달간의 연수가 끝나고 요즘은 매일 KBS 연습실로 출근해 선배들의 리허설을 보며 연습한다. 하루 종일 선배들을 보고 있으면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러면서도 막상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한 달 걸리던 코너 아이템도 하루에 2∼3개씩 떠오를 때가 있다. 동기들과 회의를 하고 밤늦게 까지 연습을 하면서 언젠가 무대에 오를 자신을 상상한다. 처음 서울에 발을 내딛던 2006년 10월25일의 밤과, 유세윤 선배와 함께 통닭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꿈만 같았던 연습생 시절, 그리고 개그맨이 되는 것을 반대하셨지만 공채에 합격했을 때 그 누구보다 기뻐해주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을 조승희는 되뇌이고 또 되뇌인다. 허남훈 기자 noi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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