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변해버린아내모습에한숨만’

입력 2008-04-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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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마주 앉아 말없이 숟가락질을 하다 슬그머니 아내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아내의 모습 참 많이 변했습니다. 흐트러진 머리와 세수도 하지 않은 꼬질꼬질한 얼굴, 아내의 얼굴이 더 초라하게 보였습니다. 제가 그 모습에 슬그머니 수저를 내려놓자, 아내는 건조한 음성으로 “와? 입이 깔깔해서 밥이 안 드가나? 그러게 술 좀 작작 마시지 그랬나!” 하고 톡 쏘아붙입니다. “에구, 에구, 내가 미친다. 미쳐” 하면서 쫑알쫑알 잔소리가 이어집니다. 연애할 때만 해도 아니 신혼 때만 해도 저렇진 않았는데… 잔소리하거나 바가지 긁는 건 절대 모르는 순진한 여자였습니다. 괜히 사는 게 고달파 이렇게 억척스런 아줌마로 변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신혼 때만 해도 제게 맨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집에서도 곱게 화장을 했습니다. 머리도 늘 깔끔하게 정리를 했는데,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미용실에 가지 않아 머리가 밤송이처럼 부스스합니다. 제가 “요즘은 화장 같은 거 안 하나?” 하고 무심한 듯 물어봤는데, 아내가 그러더군요. “화장하고 있으면 뭐하냐. 퇴근하면 그대로 쓰러져 코 골고 자뻐리면서. 모처럼 맛난 거 준비해도 ‘나 회식이야’ 하면 그만일 텐데…” 하는데, 아내의 불만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아내가 잃어버린 젊음과 아름다움. 결국은 제 탓이었습니다. 한 때는 외출 할 때 꼭 아내를 데리고 다니면서 “봐라! 우리 마누라 이뿌재? 니들 부러워 죽겄재?” 이렇게 자랑도 많이 했습니다. 뭘 입어도 예쁘고 뭘 해도 사랑스러운 그녀였는데… 그런 아내가 저 때문에 변해도 너무나 변했습니다. 날렵한 턱선이 무너졌을 때부터였을까요. 허리둘레가 두루뭉수리 변할 때부터였을까요. 아내의 달라진 모습이 그 날 아침 식탁에서 처음으로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 날 출근하는 제게 아내는 “당신! 오늘은 좀 일찍 들어와! 이제 몸 생각도 해야지” 하는데 매일 듣는 그 말에서 애틋한 정이 느껴졌습니다. 너무나 변해버린 아내… 못난 남편이… 그리고 무정하게 흘러간 세월이… 아내의 아름다운 모습을 잃게 만든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평생을 살면서 가장 크게 잃어버린 것, 결국 아내의 예쁜 모습이었습니다. 그 사실이 못난 남편으로서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행복한 아침, 정한용 왕영은입니다 매일 오전 09:05-11:00 수도권 주파수 FM 106.1MHz www.kbs.co.kr/radio/happyfm/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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