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전성시대] CF에선장동건·보아솔직한모습고스란히

입력 2008-04-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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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방극장은 ‘날 것’의 전성시대다. 잘 정제되고 꾸며진 것이 아닌, 거칠고 미숙하더라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무릎팍 도사’, ‘무한도전’, ‘1박2일’ 같은 프로그램들이 큰 성공을 거둔 것도 이런 경향을 대변해준다. 문화 소비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광고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CF 속의 스타들은 더 이상 예쁜 척을 하지 않는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완벽하고 우아한 자태를 보여주지 않고, 우리네와 별로 다를 것 없는 일상적인 모습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심지어 그동안 언론의 취재에 꽁꽁 숨기던 사생활을 아예 프로그램 소재로 내놓는 프로그램들도 등장했다. 이효리, 성시경, 서인영 등은 예전에는 카메라의 접근을 거부하던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을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세상에서 맥주가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는 때가… 콘서트를 막 하고 나서 나 오늘 정말 수고했어. 수고했으니까 이 정도는 해줘야지 할 때 있잖아요. 캬∼.’ 보아는 하이트 맥주 광고에서 콘서트 끝난 뒤 마시는 맥주 한 잔의 짜릿함을 이야기한다. 보아는 제품 슬로건 ‘솔직하게 Open Up’에 맞춰 ‘나 가수에요’, ‘술 마실 줄 알아요’, ‘이제 미성년자가 아니에요’를 그대로 드러냈다. 보아의 이 CF는 특별한 광고 카피나 연출 콘티가 없었다고 한다. 그냥 카메라 앞에서 6시간 동안 자연스레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했고, 그 이야기 속에서 광고에 등장하는 모습들을 골라 편집했다. 실제로 술을 마시며 촬영을 했기 때문에 광고 속에서 살짝 취기가 도는 보아의 모습도 연출된 장면이 아닌 실제 모습이다. ‘결혼말 나오면 웃으면 되고, 잔주름 늘면 작게 웃으면 되고, 꽃 미남 후배 점점 늘어나면 연기로 승부하면 되고, 스타라는 게 외로워질 때면 친구 얼굴 보면 되고∼.’ 장동건이 실제 음성으로 노래하는 이 광고는 그가 모델로 있는 이동통신 SK텔레콤 새로운 캠페인이다. 쉽고 친근한 멜로디 속에 장동건이 가지고 있는 일상 속 고민들을 담았다. 톱스타이자 서른 여섯 노총각 배우 장동건이 가지고 있는 결혼, 잔주름, 꽃미남 후배, 스타의 외로움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내고 있다. ‘여자친구가 전지현보다 좋은 이유는 만질 수 있어서다.’ 그런가 하면 한 휴대전화 브랜드 애니콜의 CF는 만인의 연인 전지현을 전면에 내세워 ‘여자친구보다 못하다’는 결론을 낸다. ‘굴욕’ 이미지를 덧씌워 스타 전지현에게 인간적인 냄새를 만든 것은 아이러니다. 전지현은 대중이 ‘전지현’ 하면 떠오르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추운 날씨에 얇은 셔츠 한 벌만 입고 20시간이 넘게 촬영하기도 했다. 하이트 마케팅팀 박종선 상무는 “보아의 예쁜 이미지만을 보여주는 것은 리얼리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내부적으로 소녀 같은 이미지가 아니어서 우려를 하기도 했으나 마지막에 입을 비트는 모습 등 일상의 모습이 오히려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후킹 포인트‘(hooking point)가 되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브랜드전략실의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이종선 팀장은 “요즘 소비자들은 광고 촬영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마음 속 경계를 허무는 접근법으로 스타의 진솔함이 강조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서로 관계없는 회사들이 일제히 비슷한 컨셉트의 광고를 내놓는 것은 사회 저변에 흐르는 리얼함에 대한 욕구가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이유나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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