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베르삼촌…‘놀이와함께라면창의력이퐁퐁퐁~’

입력 2008-04-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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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싱싱한 해초 한 다발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시큼한 해초무침을 무쳐볼까요? 조갯살과 함께 수제비를 푹푹 끊여 친구들과 소박한 잔치라도 벌여볼까요? 그것보다 더 신선하고 재미있는 일은 없을까요? 아이들과 함께 해초를 뒤집어쓰고 변장놀이를 하는 것은 어때요? 우리가 바다의 일부가 되어보는 거죠. 뭐 그리 놀랄 것도 없습니다. 늘 바다 같은 마음을 닮겠다고, 향기 나는 사람으로 살겠다고 누구나 글짓기 시간에 미사여구로 썼습니다. 가끔 진짜 일기장에도 적었으니까요. 오늘 그냥 한번쯤 해초인간이 된다고 해서 서울이 바다가 된다거나 뉴스에 내 아이가 나타나진 않을 겁니다. 틀림없이! 창의력이 국가 경쟁력이고, 초일류국가가 되려면 빌게이츠나 스티븐 잡스 같은 인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조직은 이처럼 창의적 인재를 절실하게 필요로 합니다. 심지어 영재고, 명문대에 진학하려면 ‘이젠 창의력이 필수’라는 말도 많이 합니다. 그렇다면 진짜 창의력은 무얼까 궁금해집니다. ‘질베르 삼촌’에게 물어봅시다. 질베르 삼촌은 아무 말 없이 해초를 뒤집어쓰고 조카와 함께 변장놀이에 몰두합니다. 잘 차려입은 검은 양복과 노란 물방울 넥타이를 매고 말이죠. 조카는 신이 납니다. “나는 학교에 가지 않는 날도 심심하지 않아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하루 종일 질베르 삼촌과 함께 노는 거예요.” 아하! 그렇습니다. 아이들에게 공상과 상상은 신나는 일이고 정말 좋아하는 일은 함께 노는 것입니다. 어쩌면 창의력은 질베르 삼촌과 함께하는 놀이 이상도 이하도 아닐지도 모릅니다. 황농문 교수님처럼 몰입의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말합니다. 학습이나 일에서 흥미와 즐거움이 있어야 몰입할 수 있고, 몰입을 통해 누구나 창의력에 다다를 수 있다고 합니다. 진정한 창의력은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삶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질베르 삼촌처럼 살면 삶이 불안하고 궁핍하며 너무 고독할 것 같다고요? 그렇습니다. 현재 세계와는 다르게, 남들과 다르게 산다는 것은 어쩌면 고통일지도 모릅니다. 두렵고 불안할 것입니다. 우리가 어머니 몸 밖으로 떠나왔을 때처럼 말입니다. 세상 모든 생명들은 그 낯설고 두려운 길을 지금도 여전히 선택하고 있습니다. 도전과 용기만을 가지고 말입니다. “아빠, 저 사람은 왜 나무와 대화를 하죠?”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신 질베르 삼촌은 말합니다. “방해하지 말자. 그는 지금 자기 일을 하는 중이야. 저 사람은 시인이란다.” 그렇군요. 교과서의 수많은 시들을 분석하며 배웠는데 깜빡했습니다. 그저 낯설고 두려워서 시인들은 하늘과도 교신할 수 있다는 것을 잊었습니다. 질베르 삼촌처럼 낯설더라도 즐겁게 도전했더라면 “유레카! 유레카!” 신나게 소리칠 수 있었을 텐데… 물이 담긴 컵하고도 대화를 나누는 딸처럼 꽤 괜찮은 시인도 되었을까요? 함께 생각해볼 문제 ① 나에게도 질베르 삼촌이 있다면 무엇을 함께 하고 싶나요? ② 똑똑하고 멋진 사람이 면도 크림을 하얗게 묻히고 파티에 왔다면 어떻게 행동할까요? ③ 바닷가에 해초와 이상한 것들이 밀려왔네요. 그것은 무엇이며 우리는 그것들로 뭘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공상과 상상은 신나는 일이고 정말 좋아하는 일은 함께 노는 것입니다 어쩌면 창의력은 질베르 삼촌과 함께하는 놀이 이상도 이하도 아닐지도 모릅니다 분홍고래모임 김 형 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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