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PD·곽선희작가“5분채우려면100시간검색은기본”

입력 2008-04-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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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다큐‘지식채널e’만드는데3주…우린인간검색기”
‘30년 동안 미국 캔자스주의 시청 공무원으로 일한 남자. 두 자녀와 부인을 둔 자상한 가장. 마을 교회 운영위원장. 그리고 동시에 10명을 죽인 연쇄살인범.’ 지난 14일 방송된 EBS ‘지식채널e’는 사이코 패스(반사회성 성격장애)를 다뤘다. 제목은 ‘공감 무능력자’. ‘지식채널e’는 매회 한 가지 주제를 정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사건과 사물의 이면을 보여준다. ‘공감무능력자’ 편도 마찬가지여서 연출자 김진혁 PD는 ”단순히 사이코패스의 이야기가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사이코패스와 무엇이 다른가를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풍부한 영상 자료, 폐부를 찌르는 절묘한 카피와 자막으로 구성돼 마치 긴 광고 한 편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5분 분량의 짧은 다큐멘터리이지만 ‘지식e’가 전해주는 감동과 여운은 깊은 울림을 준다. 시청률은 낮지만 한 번이라도 이 프로그램을 본 사람이라면 그 진지한 메시지에 빠져들곤 한다. 2005년 9월 5일 ‘1초’를 주제로 처음 방송한 이후 3년째 ‘지식채널e’를 연출하고 있는 김진혁 PD와 곽선희 작가를 만났다. -광고와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듯한 ‘지식e’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김진혁 PD(이하 김):“캐나다 온타리오 TV가 만든 2, 3분 분량의 스테이션 브레이크(station break·자사 프로그램 홍보용 영상)을 보고 착안했다. 스테이션 브레이크가 예고편 성격이면서 동시에 정보를 담고 있다면, ‘지식채널e’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포맷을 만들었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굉장히 많은 콘텐츠를 보여준다. 한 편을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나. 김:“한 명의 PD와 여섯 명의 작가가 만든다. 회의를 통해 아이템이 결정되면 작가 한 명당 하나의 주제를 전담해 대본은 물론 자료 화면까지 직접 찾는다. 한 주에 2편을 방송하니까 한 편 한 편의 총 제작기간은 3주가 된다.” -아이템은 어떻게 찾나. 곽선희 작가(이하 곽):“처음에는 하나의 단어나 단상에서 출발, 점점 넓혀가는 과정 속에서 아이템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테면 휴대폰을 관찰하다 손을 바라보게 되고, 그 중에서 엄지손가락에 끌리게 된다. 그럼 엄지에 대해 인류학적으로도 찾아보고, 해부학적으로도 찾아보고, 엄지와 사회를 묶어보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엄지족’(주로 문자메세지를 많이 쓰는 신세대)들을 통해 사회의 소통과 손가락을 엮은 ‘엄지의 귀환’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 주제에 딱 들어맞는 자료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곽:“일단 EBS의 거의 모든 자료 테이프를 다 뒤져본다. 그러다보면 인간 검색기가 된다.(웃음) 예컨대 주제가 ‘거짓말’이라면 그것을 표현하는 영상자료를 찾기 위해 뉴스, 다큐멘터리, 영화 등 가능한 모든 것을 체크한다. 보통 한 편 만들 때 예전에는 60분 짜리 테이프 300개 정도를 봤는데 이제는 내공이 쌓여 100개 정도를 본다. EBS에 자료가 없으면 사진 자료를 찾기도 하고, 인터넷에 있는 자료는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은 뒤 사용하기도 한다.물론 아주 가끔은 직접 촬영을 나가기도 한다.” 허남훈 기자 noi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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