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기자가만난문화의뜰]뮤지컬작사가정영“귀에쏙담기는노랫말담고싶어요”

입력 2008-05-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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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아니에요.” 정영은 사람 간의 언어를 노래로 빚어내는 뮤지컬의 연금술사다. ‘바람의 나라’, ‘로미오와 줄리엣’, ‘밴디트’, ‘라디오스타’, ‘소나기’ 등 국내 창작 뮤지컬의 노래 가사를 짓고, 작사가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서정적인 노래 가사로 국내 뮤지컬 팬들의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 뮤지컬 계에서는 작사에 크게 신경을 못 썼다. 계약 단계에서 “기획 할 때 작사는 없었습니다. 돈을 얼마 못 드립니다”라는 말을 듣는 게 현실이다. 연출이나 작가가 작사까지 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다행히 근래 들어 뮤지컬 시장이 넓어지고 창작 뮤지컬이 많이 나오면서 작사가의 일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열린 제2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작사가 상을 받은 정영은 “지금부터 작사가라는 이름이 인지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원래 극본상은 작사상이 따로 나뉘어있지 않았는데, 이번에 작사가라는 명칭이 쓰인 것이다. “편두통이 있는 사람들이 ‘한 알의 약’을 먹듯이 제 가사를 듣고 ‘아…누구나 힘들구나’ 느끼면서 부대끼고 사는 걸 박차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정영은 자신의 가사를 통해 사람들이 세상에 대한 연민, 애정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단다. 그가 자주 찾는다는 서울 홍대역의 ‘찻잔 속의 에테르’ 카페에서 뮤지컬 작사가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 뮤지컬 작사가가 된 계기는? “처음에 가요 작사를 했는데 많이 안 맞았다. 발랄한 곡을 못 쓰겠더라. 임형주의 팝페라나 강현민의 곡, 드라마 음악을 하다가 뮤지컬 작곡가를 만났는데, 뮤지컬 곡을 써보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뮤지컬도 좋아했고, 특히 김광석 아저씨를 쫓아다녔다. 야간자율학습 빼먹고 공연장 가고 추모의 밤도 가고 그랬다. 그 때부터 연결된 인맥으로 이쪽 일을 시작했다. 오페라 극장에서 했던 ‘바람의 나라’가 첫 작품이었다. 하다보니깐 가요 작사보다 재미있고 나한테 맞는다고 생각했다. 서정적인 서사도 있고, 뮤지컬 안의 서사를 읽는 게 재미있다.” - 작사를 하면서 신경 쓰는 부분은? “어릴 때 번역극을 보면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를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식으로 어색하게 노래한 것을 많이 발견했다. 굳이 아버지가 가방에 들어가실 이유가 없는데… 노래가 쏙 들어오지 않고 귀에 걸리는 부분을 보면서 ‘저건 아니다’고 생각했다. 좀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특히 작사할 때 고음에서 쓰지 말아야 할 받침들도 있고, 장음인데 연결되는 부분이 뚝 떨어져도 안 된다.” -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걸 얻었으면 좋겠나? “애정, 연민이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들은 관계나 세상에 대한 부대낌에서, 손 한 번 잡아주면 따뜻해지는 걸 느끼게 하고 싶다. ‘너도 이렇게 살고 있구나. 나 혼자만 이런 게 아니구나’이런 것이다.‘밴디트’를 쓸 때도 여자 죄수들이 ‘내가 원해서 태어나는 게 아니야. 내가 세상에 내던져졌어’라고 합창한다. 그럴 때 느끼는 부분들, 사실은 직접적으로 따뜻하게 안 들리지만 우리가 같이 있어서 자유를 찾았다는 뜻이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다 가슴 따뜻한 내용을 발견해서 취재를 통해 작품으로 진행시키는 중이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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