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 제시카 알바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 ‘디 아이’가 6월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2002년 동명의 홍콩 영화를 할리우드가 리메이크한 작품. 원작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사람은 태국 출신의 옥사이드-대니 팡 형제 감독이었다. 팡 형제 감독의 영화는 각막이식을 받은 한 여자가 겪는 공포의 이야기를 그리며 호평을 받았고 국내 개봉에서도 상업적 성과를 거뒀다.
세계 영화계에서 태국 영화는 최근 급속한 성장을 하고 있다.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는 감독과 작품을 배출하는가 하면, 대중적인 흥행작도 다수 내놓고 있다.
2005년 개봉한 ‘셔터’와 지난 해 개봉한 ‘샴’은 모두 태국의 공포영화. 이 영화들은 대중적으로 성공한 데 이어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렸다. 이 작품들은 그 ‘이국적이면서 또 이국적이지 않은’ 정서로 관객에게 다가가 호응을 얻었다.
‘이국적이면서 이국적이지 않다’는 것은 태국영화가 지닌 남다른 매력이다. 이색적 공간과 아직 한국 관객들에게는 낯선 풍경, 배우들이 가져다주는 이국적 분위기를 담으면서 국내 관객에게 낯설지 않은 특유의 동양적 정서 혹은 한의 정서를 영화에 담고 있다.
올해 여름도 이런 매력을 지닌 태국 공포영화들이 극장가에 몰려온다. 29일 ‘바디’를 시작으로 6월19일 ‘카르마’ 그리고 6월 말 ‘카핀’ 등이 잇따라 개봉한다. ‘바디’는 ‘셔터’와 ‘샴’을 제작한 태국의 명문 제작사 GTH가 만든 작품. 이번에는 우연히 지갑을 주운 여자가 겪는 원혼의 이야기를 ‘바디’에 담아냈다. 정교한 CG 작업 등을 통한 시각적 요소에 방점을 찍고 있다.
불교의 ‘업’을 뜻하는 용어를 제목으로 내세운 ‘카르마’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으로 실종된 남편을 찾아나선 여인과 그녀가 찾아든 한 고택의 고혹적이면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또 다른 여인의 이야기. 한국 관객에게 낯익은 귀신과 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카핀’은 죽음을 미리 체험하는 태국의 민간신앙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태국 공포영화의 이러한 강세는 매년 여름 극장가를 장악했던 한국의 공포영화가 눈에 띄지 않는 올해 여름 더 시선을 모은다.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 박성호 팀장은 “태국 공포영화는 대체로 일상적인 공포를 다룬다. 그리고 몸과 관련한 공포의 이야기가 많다”면서 “피가 난무하는 슬래셔 무비와는 전혀 다른, 아시아인들이 갖는 대체적인 정서를 공유하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카르마’의 홍보대행사 이노기획 박혜정 팀장은 “한국 관객이 갖는 공포의 정서는 원한에 얽힌 이야기, 귀신에 관한 묘사 등 태국 공포영화의 주요 테마와 정서적으로 통하는 내용이 많다”고 분석했다.
5∼6월 선보이는 공포영화
○ 바디 (태국) 5월 29일 개봉
○ 디 아이(미국) 6월 5일 개봉
○ 카르마(태국) 6월19일 개봉
○ 카핀(태국) 6월말 개봉 예정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