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차리는사람들]‘하·면·된·다’…쿵푸팬더처럼살아온두한국인

입력 2008-06-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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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을 제작한 드림웍스의 ‘쿵푸팬더’가 5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개봉됐다. 제 61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 애니메이션은 현지에서 상영돼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쿵푸팬더’는 무려 5년이라는 긴 제작기간이 소요됐는데, 이 기간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과 함께 한 한국인 스태프가 있다. 실사 영화로 치면 시나리오와 각본의 총책임자인 제니퍼 여 넬슨(한국명 여인영)씨, 카메라감독 격인 레이아웃 총책임자 전용덕 씨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고국을 찾은 두 사람의 표정은 그 누구보다 밝았다. 그들의 5년간의 숨은 헌신을 ‘스포츠동아’가 전한다.》 여 인 영 스토리 총책임자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난 여 씨는 4살 때 미국으로 이민,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일러스트를 전공했고 작은 프로덕션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녀 역시 초창기에 다니던 회사가 문들 닫아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야 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하지만 우연히 써본 스토리보드가 인정을 받으며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케이블TV 엔터테인먼트 채널인 HBO로 자리를 옮겨 본격 만화시리즈의 스토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1994년부터 1997년까지 6편의 TV시리즈 제작에 참여했고, 2003년 드림웍스로 옮겨 ‘마다가스타’, '신밧드‘에 참여했다. 이후 스토리 총책임자가로 승진해 ’쿵푸팬더‘ 탄생을 함께 했다. 여 씨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소림사와 쿵푸 등 많은 부분을 다시 공부했다. ‘쿵푸팬더’는 역사적인 드라마는 아니지만 심신을 단련하고 수련하는 사람과 철학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관련영화도 많이 봤다. 특히 희생과 노력의 진짜 의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제작과정을 밝혔다. 여 씨는 어린 시절 미국에서 성장했지만 동양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서양의 많은 스토리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가 최고가 되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동양문화는 자신의 내면, 스스로의 깨달음이 중요하다. 주인공 판다곰 포의 꿈은 고수가 되고 싶은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겸손함을 배우며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모습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 씨는 이번 한국 방문이 11년 만이다. 2일 한국에 도착했는데 안타깝게도 아흔이 넘은 친할머니가 그날 세상을 떠났다. 여 씨는 “할머니가 나를 ‘쿵푸팬더’와 함께 한국으로 부른 것 같다”며 슬픔을 달랬다. 전 용 덕 레이아웃 총책임자 전용덕 씨는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뒤 광고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어느날 문득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전 씨는 “영어를 정말 못해서 1년 동안은 아무 것도 배울 수 없었다. 결국 초기에는 영어 하나만 공부했다”고 말했다. 전 씨는 1997년 스쿨오브아트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시카고에 있는 작은 프로덕션에서 2000년 처음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2003년 회사가 덜컥 부도가 나 오갈 데가 없는 신세가 됐다. “아이가 태어난 지 2주 정도 됐을 때였는데 껴안고 엉엉 울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일이 전화위복이었던 것 같다. 이후 뉴저지에 있는 작은 회사에 자리를 얻어 한 달 정도 나갔을 때 드림웍스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 전 씨는 2003년 8월부터 드림웍스에서 근무를 시작해 ‘햇지’ 제작에 참여했다. 이후 ‘쿵푸팬더’팀에 합류했다. 제작진으로부터 특유의 성실성을 인정받아 2005년에는 ‘쿵푸팬더’의 레이아웃 팀장으로 승진, 3월까지 ‘쿵푸팬더’제작에 매달렸다. 전 씨는 미국에서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영어도 잘 안되고 취직이 참 어려웠다. 큰 여행가방 한 가득 직접 제작한 영상물을 넣어 들고 다니며 나를 알렸다”고 털어놨다. 전 씨는 ‘쿵푸팬더’에 이어 드림웍스 최대의 히트작인 ‘슈렉’ 시리즈의 4편에서 레이아웃 총책임자가 됐다. 회사가 사활을 걸고 제작한 두 편의 애니메이션에서 잇따라, 실사로 비교하면 촬영 총책임자가 된 것.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전씨는 “모두 한국에 돌아가기 위한 배움이자 준비과정이다”고 말했다. 전 씨는 “더 열심히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 한국으로 꼭 돌아가고 싶다. 한국의 뛰어난 애니메이션 스태프들과 제가 경험했던 모든 것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전 씨는 “지난 시리즈보다 훨씬 재미있는 ‘슈렉’을 만들어 다시 돌아오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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