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아름다운정면

입력 2008-06-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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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기한국물가정보배프로기전A조본선리그
조훈현 9단의 끝내기가 유독 약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 시간에 알려드린 바 있다. 이번엔 이세돌 차례다. 이세돌은 조훈현 9단의 ‘기풍적’ 계보를 이어받은 인물이다. ‘기풍적’ 계보란 말 그대로 기풍과 스타일을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조훈현 9단의 직계 제자인 이창호는 기풍적 계보에서 이탈해 있다. 아니, 이탈 수준이 아니라 아예 대척점에 서 있다. 이세돌은 조훈현의 제왕적 혈통을 고스란히 이어받는 한편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업그레이드를 계속해 한결 강력한 병기로 완성됐다. 김성룡 9단은 말한다. “이세돌은 적어도 기량적으로는 완벽한 기사다. 포석, 전투, 끝내기. 같은 프로의 눈으로 봐도 비는 데가 없다. 그야말로 퍼펙트하다.” 그러나 신은 한 인간에게 ‘완벽’이란 단어를 허락하지 않는다. 기량은 완벽할지 몰라도 성적은 기복이 컸다. ‘완벽한 기량’이란 평가를 듣지는 못했지만, 십 수 년 간 세계 바둑계를 평정한 것은 이창호였다. 바둑에는 기량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는 것이다. <실전> 백1에 흑이 2로 받은 것은 ‘참 잘 했어요’다. <해설1> 1로 버텼다간 백이 2로 나와 4로 끊을 때 대책이 안 선다. 난리가 난다. 그렇다고 <해설2> 흑3으로 하나 물러서는 것이 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결과는 마찬가지. 백은 12까지 신나게 선수를 활용하고는 14로 중앙 흑 사냥에 나설 수 있다. <실전> 백11까지 승부는 끝이다. 과거의 제왕은 현재의 제왕에게 패했다. 이 바둑의 서두에서 밝혔듯, 이런 바둑은 승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대국 후 두 사람은 편안한 얼굴로 두런두런 복기를 나누었다. 참으로 보기 드문,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245수, 백 7집반승>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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